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여성인 애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51)이 지명됐다. 국토안보부 장관엔 처음으로 남미계 이민자 출신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60)이 내정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백인 남성 위주였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미국의 인종 구성과 성비를 닮은 ‘미국 같은 행정부’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23일(현지시간) 이들을 포함해 총 6명의 외교안보 라인 책임자를 발표했다. 헤인스 지명자는 여성으로는 처음 DNI 수장에 발탁됐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5~2017년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 2013~2015년 CIA 부국장을 지냈다.
마요르카스 내정자는 쿠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온 이민자 출신이다. 바이든이 마요르카스를 이민 정책을 다루는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은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편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를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돼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게 될 유엔주재 대사에는 35년 경력의 흑인 여성 외교관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68)가 지명됐다. 그는 국무부에서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낸 뒤 2017년 물러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신설되는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76)가 낙점됐다. 바이든은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케리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당시 오바마 정부에서 미국 측 대표였다.
외교수장인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전날 언론 보도대로 바이든의 최측근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58)과 ‘외교 신동’으로 불리는 제이크 설리번(43)이 각각 지명됐다. 블링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라고 비판하며 북핵 해법으로 강력한 대북제재를 꼽는 대북 강경파다.
설리번은 바이든이 부통령일 때 부통령실 안보보좌관을 지낸 뒤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 외교정책을 총괄했다. AP통신은 “설리번은 미 역사상 가장 젊은 국가안보보좌관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블링컨과 설리번에 대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대해 공격을 주도한 이들”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외교안보 라인과 관련해 “준비된 팀”이라고 강조하며 취임 첫날부터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을 복원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외교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