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 발송을 시작하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년 대비 종부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종부세 과세 대상도 늘었다. 지난해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았던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 보유자들도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들게 됐다. 새로 종부세를 내게 되는 1주택자가 서울에서만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4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차라리 집 가진 사람은 구속하라" "집 한 채 가진 것이 죄인가?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은퇴자는 무조건 살던 집 팔고 이사 가라는 것이냐" "내 집에서 월세 내고 사는 것과 똑같다" "수익 실현을 할 수가 없는데 세금만 더 내라니" 등의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더해 정부가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펴면서 종부세가 작년보다 2배 이상 오른 가구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권 인사들의 연이은 '부동산 실언'도 부동산 민심을 험악하게 만든 한 원인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은 지난 20일 전세난 대책으로 임대주택을 거론하며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임대주택은)내 아파트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정작 진선미 단장은 현재 고가 신축 아파트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마리 '진'투아네트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한 네티즌은 진선미 단장이 임대주택도 방이 3개라 본인 아파트와 차이가 없다고 한 것에 대해 "(배우)손예진도 눈코입 있고 진선미도 눈코입 있으니 똑같은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 폭등과 전세난에 대해 세대분할·전 정권·저금리 등을 원인으로 꼽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택시장은 한마디로 혼돈(CHAOS)상태"라며 "부동산 정책 관련자들은 97년 외환위기와 비교될만한 엄청난 고통을 국민들에게 안겨준 사람들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여권은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소유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 정도로 집값이 뛴 아파트를 소유한 분들이라면 그만한 세금은 내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강남에 집 한 채만 보유해도 지난해보다 2배 넘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우리 언론들은 왜 강남 부자들의 입장만을 대서특필 하는 걸까? 세금이 두 배나 늘었다는 사례들은 모두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들"이라며 "언론은 막무가내로 정부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면 그 아파트들의 시가도 함께 보도했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기사에 예로 든 아파트들의 시가는 1년 사이 3억4000만원∼8억7000만원가량 올랐다.
진성준 의원은 "저는 그 정도로 비싼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라면, 또 그 정도로 집값이 뛴 아파트를 소유한 분들이라면 그만한 세금은 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국세청은 올해 6월1일 기준 주택과 토지 보유 현황을 바탕으로 올해 종부세를 고지했다. 종부세는 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납세자별(인별)로 합산해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이다.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을 넘기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지만 1세대 1주택자는 9억원까지 공제받는다. 종합합산토지(나대지, 잡종지 등)의 공제금액은 5억원, 별도합산 토지(상가·사무실 부속토지)의 경우 80억원이다.
지난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전년보다 12만9000명(27.75%)늘어난 59만5000명, 고지 세액은 1조2323억원(58.3%) 늘어난 3조3471억원이었다.
국세청은 오는 26일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과 고지 세액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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