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사라방드(스페인 춤곡) 형식의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변주곡에 이어 다시 아리아로 마무리되는 대작이다. 피아니스트들에게 '구약성서'로 불린다. 완주에만 최소 50분이 걸린다. 구성도 다양하다. 토카타, 푸가, 카논 등 주제 하나를 두고 다양한 변주 방식을 소화해야 한다.
지난 9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랑랑은 "곡마다 담긴 감정을 들려주고 싶었다. 바로크 시대 음악이 건조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희극적 바흐가 랑랑의 손 끝에서 나타났던 무대였다.
랑랑은 연주생활 중 처음 골드베르크 변주곡 완주에 도전했다. 지금껏 모차르트, 쇼팽 등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 작품을 연주해왔다. 시작은 산뜻했다. 첫 곡인 아리아부터 변주곡 15번까지 완급을 조절했다. 페달을 연신 밟아 음이 겹치지 않고 깔끔한 속주도 돋보였다.
자유로운 손놀림이 돋보였다. 변주곡 30번을 칠 때 랑랑은 바흐가 남긴 수수께끼를 유려하게 풀어냈다. 바흐는 작품에 3개 곡을 한 조씩 묶어 배열했다. 조가 늘어날 때마다 음정이 하나씩 올라갔다. 카논(돌림노래) 형식으로 전개한 것이다. 30번에 이르러서는 '쿼드리베트'(자유롭게)란 지시문을 적어 일순간 규칙을 무너뜨렸다. 후대 피아니스트들에게 난제를 남겼다.
랑랑이 변주곡 30번을 '풍자'로 바라봤다. 해학적이면서도 경쾌하게 건반을 짚었다. 연주 시간이 80여분에 달했지만 손은 가벼웠다. 진중함은 다소 떨어졌지만 희극적으로 쳐내 청중들의 몰입도를 높인 것이다. 음표들은 레가토(부드럽게 이어치는 연주 기법)와 스타카토(끊어치는 기법) 사이를 뛰놀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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