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소형 평수 아파트보다 중대형 평수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한국의 유동성 증가율이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전세난 요인으로 세대분리와 유동성 증가를 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부·여당 주요 관계자들 설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서울 아파트 평균 보증금 증감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보증금은 40평대와 30평대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1.5%와 10% 증가해 많이 올랐다. 소형 아파트보다 중대형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돼 나타난 결과. 가구분리가 전세난 주요 요인이라는 정부·여당 설명대로라면 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었어야 했지만 통계는 그렇지 않았다.
또 올해 한국의 유동성 상승폭은 7%대로 여타 주요국에 비해 한참 낮았다. 유동성 증가가 전세난을 키웠다는 김현미 장관 주장도 신뢰를 잃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과열은 정부 정책 실패 요인이 더 크다고 봤다. 선호 지역 부동산 공급 확대 주문이 뒤따랐다.
김현미·이낙연 "세대분할 탓"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보증금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어 30평대가 10% 증가율을 보였다. 20평대는 9.5%, 10평대 6.7% 순으로 올랐다. 10평 미만은 1.8% 하락했다. 지난 1년간 부동산 시장 수요가 30~40평대에 가장 많이 쏠리고 소형 평수 공급이 비교적 원활했다는 얘기다.
정부·여당 고위급 인사들이 전세난 요인으로 1인 가구와 세대분할을 지목한 게 무색해지는 수치다. 1인가구와 세대분리가 전세난 원인이라면, 이들의 수요가 몰리는 10~20평대 아파트 보증금이 더 올라야 하는데 실상은 달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전세난과 관련해 "가구 분리와 함께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 대한 충분한 대비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도 이달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난이 세대분할 효과가 크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요새 세대분할이 많이 일어났다"고 답변한 바 있다.
"부동산 과열 문제, 정부 정책 탓"
저금리로 인해 유동성이 급증해 전세난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글로벌 통화량 지표를 보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의 유동성 증가율은 올해 들어 7%대로 주요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보다는 정부 정책 실패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직접적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9월 한국의 광의 통화(M2·원계열)는 3132조3008억원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7.5% 증가에 그쳤다. 주요 20개국(G20) 중 18위에 해당한다. 아르헨티나는 54.7%로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터키(35.9%) 브라질(23.2%) 미국(22.9%)이 뒤를 이었다. 한국보다 유동성 증가율이 낮은 국가는 독일(6.3%)과 이탈리아(5.8%)뿐이었다. M2는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 유동성 지표로 현금과 요구불 및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을 포괄한다.
그동안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 문제가 저금리 때문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김 장관은 3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는 "(전세난의) 근본적 원인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진 것"이라면서 "저금리 때문에 유동성이 과잉이라 전세대출이 다른 해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고 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 문제는 정부 정책발(發)이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김현미 장관이 언급한 저금리와 유동성 증가, 전세대출 증가, 전세난 심화로 이어지는 인과관계 고리가 잘못 연결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자 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가 수도권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목했다. 78%는 공급 확대가 집값 안정에 필요한 정책이라고 답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론 악화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큰 영향을 끼쳤다. 11월 3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부정 평가 요인으로 '부동산 정책'이 7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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