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 장관은 2박3일간 일정으로 방한해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다. 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비롯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여당 핵심 인사들을 만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왕 장관이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5년간 방한하지 않던 왕 장관은 지난해 12월에서야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그간 미뤄온 방한 일정이 급박하게 성사되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당 핵심 인사들과의 면담도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 장관이 만날 것으로 알려진 문 특보는 한·미 동맹보다 남북한 협력을 중시하는 이른바 ‘자주파’ 그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지난달에도 “미국이 우리에게 일종의 반중(反中) 군사동맹에 가입하라고 강요한다면 한국에 실존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며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 가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중국으로선 반중 전선 합류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문 특보와 만나 자신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며 “만남 자체만으로도 미국에는 강력한 견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삼각 공조 체계를 흔들기 위해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앞서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들고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왕 장관은 지난 9월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다자주의를 앞세워 미국을 견제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에 선제적으로 다자체제 참여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노골적으로 삼각 공조 체계에서 빠져나오라는 것이 아니라 개방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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