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절반이 9억 넘는데…'11년前 잣대'로 중산층까지 징벌적 과세

입력 2020-11-24 17:25   수정 2020-11-25 02:29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아파트 보유자와 수도권 1주택자로 확대되면서 종부세 납부자는 1년 만에 59만 명에서 70만 명 이상으로 10만 명 이상 크게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40만 명 가까이 늘었다. 매년 공시가격이 급등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9억원(1가구 1주택)으로 정해진 종부세 부과 기준이 12년째 변하지 않고 있는 게 더 큰 이유로 지목된다.

서울 강북 아파트도 징벌적 종부세 대상
서울 마포 래미안푸르지오(85㎡)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처음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시가격이 8억6000만원이었지만 올 들어 10억8000만원으로 상승해 일어난 일이다. 같은 기간 왕십리 텐즈힐1차(85㎡) 아파트의 공시가격도 7억2000만원대에서 9억2000만원으로 오르면서 종부세 대상이 됐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 강동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85㎡)와 신도림 대림4차(118㎡)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도 올해 처음 종부세를 내야 한다. 마곡 엠밸리 7단지를 비롯한 강서구 40평형대 신축 아파트도 종부세 대상에 포함됐다. 기존에 종부세를 내던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올 들어 두 배 안팎으로 늘어났다.

내년 세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대치 은마아파트(76㎡)를 보유한 1주택자의 내년 종부세는 173만원으로 올해보다 120.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종부세 대상과 세액이 급증하는 것은 우선 집값이 올라 공시가격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상승과는 별개로 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현실화율)이 상승하는 것도 세 부담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현재 70% 안팎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90%까지 올릴 방침이다.

정부는 종부세 과표를 산정할 때 쓰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높이고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의 85%였던 이 비율은 올해 90%로 올랐다. 내년에 95%로 뛰고, 2022년엔 100%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1주택자의 종부세율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0.5~2.7%에서 내년엔 0.6~3.0%로 높아진다.
집값 크게 올랐는데 종부세 기준 그대로
비현실적인 종부세 부과 기준도 세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종부세 기준은 11년째 그대로여서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이 같은 기준은 2009년 시행된 뒤 바뀌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종부세 부과 기준도 시대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11년간 종부세를 내는 고가 주택 기준이 9억원으로 유지되는 동안 서울의 주요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KB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009년 5억203만원이었다. 당시 종부세 기준이 된 9억원의 55.7%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2093만원으로 치솟았다. 11년 만에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종부세 대상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1주택자에 한해서라도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 이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8년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 수(13만4878가구)보다 올해 12억원 이상 주택 수(17만6457가구)가 더 많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지 않고 종부세 기준을 12년째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증세”라며 “종부세가 미실현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인 만큼 부과 기준을 적절하게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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