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보다 고용 중시한 옐런…"강력한 부양책 나올 것" 월가 환호

입력 2020-11-24 17:29   수정 2020-11-25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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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닛 옐런 전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을 초대 재무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경제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옐런은 비상경제 시국을 이끌 적임자다.”(투자자문사 아이언사이드의 배리 크랩 리서치부문 대표)

옐런 전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제 정책과 나라 살림을 총괄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반등하는 등 시장이 환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이고 있는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인물이란 것이다. 재계에선 옐런이 재무장관 취임 후 현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손발을 맞춰 강력한 경기 부양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정책과 관련, 2023년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추가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역설해왔다.
최초 역사를 써온 경제학자
옐런이 내년 초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231년의 미 재무부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장관이 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까지 3대 경제 요직을 역임하는 것도 옐런이 처음이다.

그는 뉴욕 출신으로 브라운대를 수석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조교수, Fed 이코노미스트, UC버클리 교수로 활동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7년 제18대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아 공직에 발을 들였다. 2004~2010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뒤 Fed 부의장을 거쳐 2014년 의장에 취임했다.

2018년 초 4년 임기를 마친 옐런은 연임을 희망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현 의장을 앉히면서 단임으로 물러났다. 옐런은 퇴임 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특별 연구원으로 일하며 바이든 캠프에 경제 정책을 조언해왔다.
중도 시각으로 폭넓은 지지
옐런은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로 꼽힌다. Fed에서 일할 때 물가 안정보다 고용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벤 버냉키 뒤를 이어 2014년 Fed 의장이 된 이후엔 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려고 노력했다. Fed가 2015년 말부터 긴축으로 돌아섰지만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금리 인상 충격을 선제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다.

옐런은 자신의 임기 말이 돼서야 금융위기 이후 쉬지 않고 매입했던 4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위기관리 경험은 바이든이 ‘코로나 비상시국’을 헤쳐나갈 적임자로 옐런을 지목한 배경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옐런은 공화당에서도 적지 않은 지지를 얻은 적이 있어 인준 통과는 물론 정책 집행 때도 이점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당적을 가진 옐런은 Fed 인사청문회 때 전문성을 인정받아 공화당 상원의원 중 5분의 1의 지지를 확보했다. 바이든은 최근 “당내 중도파와 진보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재무장관을 선택하겠다”고 공언했다.
“과도한 긴축이 침체 불러” 지론
옐런은 재무장관 취임 직후부터 의회에 계류돼 있는 추가 부양책 통과 및 집행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여건이 취약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긴축 정책을 펼 경우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고 평소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부양책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경기 회복이 불균등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옐런은 또 금융감독 강화와 소득 불평등 완화, 탄소세 도입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은행 규제를 강화한 도드-프랭크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수차례 밝힌 적이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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