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행정의 양대 축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대충돌은 누가 맞는지를 떠나 국민 모두에게 큰 자괴감을 안긴다. 퇴보하고 타락 중인 한국 ‘법치’의 현주소를 확인시켜 주는 듯하다. 추 장관은 △언론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재판부 사찰 △채널A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징계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보는 시각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논쟁적 사안이 대부분이다.
무고가 횡행하는 한국적 현실에서 ‘사건 청탁’이 아닌 JTBC 사주와의 만남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의 행보도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판부 불법사찰도 추 장관 설명대로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세평, 취미 등을 취합해 본 정도라면 불법 사찰인지 의문이다. 채널A·한명숙 사건 역시 무죄 판결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감찰 방해라기보다 기소 주체로서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정치적 중립에 관해 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다’는 대목은 특히 추 장관의 주관적 판단이 앞선 인상이다. 국감장에서의 발언과 대권후보 여론조사를 묵인·방조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이런 정도가 정치 행위인지 의문이다. 추 장관 역시 여론조사에 포함되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윤 총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엄과 신뢰 상실’이라는 말은 또 얼마나 모호한가.
윤 총장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는 위법·부당하다”고 정면 반발한 만큼 지루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법무부 총리실 등을 통한 생소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일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는 것도 모자라 나라를 두 동강 내다시피 하는 일탈을 언제까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막막하다. ‘국가와 국민의 봉사자’라는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하는 순간 정치적 미래도 없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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