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원전3법 교부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원전 가동 실적을 기준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원전 가동 실적에 따라서’라는 보조금 지급 명분이 사라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원금의 명칭과 운영방식을 바꿔 원전 가동이 중지된 지자체에도 계속해서 보조금을 주고 있다.
가동 실적 대신 가동 연수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바꾼 게 대표적이다. 오나가와초는 2017~2018년 원전 가동 연수가 30년을 돌파했다는 이유로 10억8000만엔(약 114억원)을 받았다. ‘원전 입지지역대책 교부금’이란 항목도 추가됐다. 지난해 오나가와초는 지역 사회복지협의회 직원 7명의 급여와 지역 병원의 전자 진료카드 시스템 갱신 비용, 체육관·테니스장·야구장 수리비로 3억5000만엔을 받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올해 지자체에 주는 원전 보조금만 최소 1150억엔(약 1조2239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 방식을 바꾼 결과 원전 보조금은 급격히 늘었다. 2010년 5억3000만엔에 불과했던 오나가와초의 원전 보조금은 지난해 27억엔으로 증가했다. 이는 오나가와초 1년 세수(309억엔)의 약 10%에 달한다. 기카가와 다케오 국제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가동되지도 않는 원전이 있는 지자체에 예산을 쏟아붓는 이유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재가동 동의를 쉽게 받으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는 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현재 77%인 화석연료발전소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17%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도 원전이 전력 생산의 일부를 담당하지 않고선 탈(脫)석탄사회가 불가능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3000㎞에 이르는 일본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꼽힌다. 그런데도 재생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일본 정부는 결론내렸다. 탈원전과 ‘2050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 정부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전문가들은 2050년이면 누가 맞았는지 판가름나겠지만 그때가 되면 지나간 30년을 되돌릴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