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걸린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25일 진행된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강성부펀드)가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제기한 신청을 법원이 인용할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 수순을 밟게 된다. 항공업 재편을 위한 '메가 딜' 관련자들의 눈이 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다음달 2일이 KDB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란 점 등을 고려하면 법원의 심문은 사실상 이날 한 번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납입일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업계 안팎에선 점치고 있다.
산은은 양대 항공사 통합을 위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기로 했다.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KCGI 등 3자 주주 연합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비판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 방편이 되고 있다며 3자 배정 유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산은에 배정하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한진칼에는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안건을 사유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통상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회사가 불공정하게 주식을 발행, 주주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해 법원에 발행을 금지해달라고 제기한다. 관건은 법원이 한진칼의 산은 대상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판단할지이다.
한진그룹과 산은은 3자 배정 유증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선 상태다.
한진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고 국내 항공산업의 장기적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급성, 이를 위해 법적 절차를 따라 가장 합리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산업은행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적법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상법 제418조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 6항에서는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진칼 정관 제8조에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긴급한 자금조달 혹은 사업상 중요한 기술도입, 자본제휴를 위해 금융기관 또는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KCGI를 비롯한 3자연합은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 신주를 배정하면서 주주들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CGI는 유증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 10.7%로 조원태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처분이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대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실권주 일반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공업 재편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KCGI 측 주장이다.
법원이 KCGI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진칼 신주 발행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가처분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재원을 제때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은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 측이 주장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에 대해 "긴급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2~3개월이 소요되는 주주배정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시 모든 책임은 KCGI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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