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증권업계에 따르면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전날 장 마감 후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홀딩스 주식 약 460만주(지분 9.79%) 중 50만주를 블록딜 형식으로 기관투자가들에게 넘겼다. 할인율은 전일 종가에서 6% 할인한 3만8050원이었다. 약 190억원 수준이다. 블록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10만주를 매입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녹십자그룹 전체의 경영권과 연결돼 있어 큰 관심을 받았다.
녹십자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와 공익재단→녹십자홀딩스→녹십자’로 이어진다. 다만 녹십자그룹은 지분 구조상 후계구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2009년 녹십자그룹의 창업자인 허영섭 회장이 타계한 이후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고(故) 허 회장의 아들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와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공동대표는 허일섭 회장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허은철 대표는 2016년 3월부터 녹십자 단독 대표이사를, 허용준 공동대표는 2017년 3월부터 녹십자홀딩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보유지분은 많지 않다. 허은철 대표는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2.60%, 허용준 공동대표는 2.91%를 보유 중이다. 반면 허일섭 회장은 12.16%의 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허일섭 회장은 이달 주식 3만주를 장내 매도하며 약 124억원을 확보했다.
허용준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미래나눔재단도 보유한 녹십자 주식 전량을 매각해 191억원을 마련했다.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두고 경쟁적으로 현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매년 늘렸다. 녹십자홀딩스 보유지분 12.16%로 1대 주주다. 허일섭 회장의 일가족 지분은 약 1.93%다. 측근인 박용태 부회장의 지분 4.87%도 있다. 약 19%에 육박한다.
녹십자그룹 경영권의 키는 이 회사와 관련된 재단이 쥐고 있다. 목암연구소 9.79%, 목암과학재단 2.1%, 미래나눔재단 4.38% 등이다. 고 허영섭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재단 및 연구소를 설립했다. 모두 허은철·허용준 대표의 우호지분으로 보인다.
그러나 목암연구소 지분의 향방은 물음표가 있었다. 허일섭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허 회장은 2대 이사장으로 올라섰다. 10년째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분이 허일섭 회장으로 넘어가면 녹십자홀딩스 지분이 28%대로 올라간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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