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11월 기준금리를 현행 0.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소폭 높여 -1.1%로 조정했고 내년 성장률은 3.0%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점이 금리 동결 배경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지난 17일부터 3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이날 신규 확진자는 583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2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음식점 카페 등 영업도 제한됐다. 식당은 오후 9시부터 포장 및 배달만 가능하며, 모든 카페에서 매장 내 음료 섭취가 금지된다. 클럽 등 유흥시설에는 집합금지가 내려졌다.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을 앞당겼다"고 짚었다. 다른 위원도 "코로나19 이후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여러 특징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관련 부서가 자영업 고용에 계속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44조9000억원이 늘면서, 증가 규모도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이주열 총재는 10월 금통위에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증가세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통위는 금융불균형에도 현재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수립 과정에서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요국 가운데 코로나19의 향후 전개가 불확실한 현시점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을 반영해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하겠다는 중앙은행은 없다"고 판단했다.
소병은 NH선물 연구원은 "금통위에서는 국채매입 전망과 환율 관련한 발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주열 총재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로 고용안정이 추가되는 법안을 긍정적으로 볼 경우 채권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수정경제전망의 세부 내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성장률을 -1.1%, 내년은 3.0%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 내년 성장률은 2.8%로 각각 전망한 바 있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상향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하루 평균 수출액은 19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6% 늘었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수출은 9월까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10월부터 하루 평균 수출은 21억달러로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1.9%로 집계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점진적으로 나타나 이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져왔다"며 경기 경로 불확실성에 따라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시킬 필요성을 계속해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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