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어업 등 1차산업은 과거부터 필수 산업으로 여겨져왔다. 식량을 생산해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어업을 잘 육성하는 것이 국가의 제1목표였던 적도 있었다.
보릿고개가 사라지고 식량 여건이 개선되면서 1차산업의 중요성은 점점 낮아졌다. 산업화가 진전되고 정보기술(IT) 분야가 부상한 뒤에는 ‘낙후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인력 이탈, 낮은 부가가치로 인한 경지 면적 감소, 이에 따른 식량 자급률 하락 등은 농어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농어업이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응용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디지털을 접목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디지털화와 스마트화를 통해 식량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넘어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문제 대응에 핵심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이를 거점으로 임대형 스마트팜, 실증단지 등 인프라를 조성하고 창업보육센터를 통한 교육에도 나서 농업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변화를 주도할 핵심으로는 청년 농업인을 꼽고 있다. 청년 농업인을 적극 육성해 연구개발(R&D)과 전·후방 산업 구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전남 고흥과 경남 밀양에서 핵심 시설이 착공됐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경남 ‘스마트팜 혁신밸리’ 착공식에 참석해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스마트팜 청년 창업과 산업 생태계 조성의 거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 농업·농촌의 혁신성장과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부터 온라인 경매를 대폭 늘리고 있다. 농산물의 유통 단계를 줄이고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비대면 트렌드가 확대되는 시기에 경매를 디지털로 전환해 농산물 판매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aT는 올해 양파, 깐마늘, 무, 배추, 감귤, 수박 등 6개 품목을 온라인 경매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품목에 따라 주 1~7회 상시 경매를 하고 있다. 올해 온라인 경매를 하는 품목은 지난해 시범운영 과정에서 적합성 검증을 통과한 것들이다. aT는 지난해 5월부터 9개 품목에 대해 시범적으로 온라인 경매를 해 약 8443t을 판매했다. 올해는 검증된 6개 품목만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경매에서 지난 24일까지 7982t을 판매했다.
농어촌공사는 농지를 농업인에게 임대하는 농지은행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농지은행은 농지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농지를 등록하면 이를 필요로 하는 농업인에게 매매나 임대차를 연결해 주는 농지종합관리 시스템이다. 지난 5월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농어촌공사 지사에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농지은행 이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구체적으론 어업 선진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를 벤치마크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노르웨이 연안의 양식장에서 잡은 연어가 한국 가정의 식탁에 오를 때까지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며 “사료부터 가공, 수요예측,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스마트양식장 모델인 ‘아쿠아팜 4.0’이 지향하는 목표도 이와 비슷하다. 종자·사료·백신·기자재·운영 분야의 기술을 담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양식업 전 과정을 자동화·지능화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값 수산물’ 생산을 가능토록 한다는 게 해수부의 목표다.
수협중앙회는 어업 현장에서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협이 2017년 첫선을 보인 ‘수협 조업정보 알리미’는 어민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어선의 위치, 기상특보 등 어업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앱이다. 어민들은 이 앱을 통해 수협이 1962년부터 아날로그 무전설비를 통해 제공하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기존에는 당국에 직접 제출해야 했던 연근해 어획실적 보고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전자 어획실적 보고가 본격화되면서 어민들의 편의는 물론 관련 통계자료의 신뢰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게 수협 설명이다.
강진규/성수영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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