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26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8월 때보다는 큰 수준이 될 것"이라며 "그간 코로나 확산 시 감염우려에 대한 불안심리가 경제주체들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왔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1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0%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현재 연 0.50%로 인하한 뒤 7월부터 4회 연속 동결이다.
이번 금리 결정에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그는 "코로나19가 겨울 기간에는 지속될 것으로 전제했다"며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상향되면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절상 속도가 빨랐던 것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내 경기 지표와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줄면서 글로벌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 있었다"며 "저희들은 일부 시장 심리에 쏠림 현상도 더해졌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달러 환율의 단기간 급락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에도 직접 영향을 주고, 기업 경영에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실물경제에도 부담이 된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확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7.0%로 많이 늘었는데, 완화적 통화기조로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단기적으로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저희와 정책 당국이 경각심을 갖고 운영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 확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많지만,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만큼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단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안정적인 성장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 완화 조치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섣불리 완화 기조를 거둘 상황도 아니고,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과거와 같은 증시 급락은 없고, 유망한 업종은 높은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주가 수준이 과도한 지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조정에 따른 부작용은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4분기 이후 수출에 대해선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수출은 IT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계속 추세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연초와 같은 전세계적인 생산 차질에 따른 수출 감소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내년 연간 전체로 보면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을 중심으로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법 개정 취지는 공감하지만, 중앙은행 정책 수단은 금리와 유동성 조절에 있다"며 "고용안정을 책무로 넣은 다른 나라에서도 별도 정책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선 "불필요하고 과도한 관여"라고 날을 세웠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핀테크·빅테크에 대한 관리를 위해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결제원을 포함한 청산기관에 대한 허가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권한 등을 금융위가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는 "금융결제원에서 빅테크 내부거래까지 처리하면 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며 "금융결제원은 출범 이후 한은이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는데, 금융결제원 업무를 포괄적으로 감독하겠다는 건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전에도 지급결제 관련 한은법 조항 개정을 여러번 시도한 적이 있다"며 "그때마다 한은의 지급결제 기능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좌절됐는데 이번엔 중앙은행 고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제대로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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