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백산면 김제자유무역지역 표준공장에 있는 신성이엔지 김제사업장. 26일 이곳 공장 설비들이 일제히 가동을 시작했다.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진 대형 강화유리가 태버(tabber)라는 설비에 들어가자 로봇이 태양광 셀을 올리며 쉴 새 없이 와이어로 연결한다. 이렇게 직렬로 연결된 72장의 셀은 하나의 태양광 모듈이 돼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육성될 새만금 태양광사업을 겨냥한 신성이엔지의 김제사업장이 이날 본격적으로 태양광 모듈 생산에 나섰다.
이로써 신성이엔지는 기존 음성 공장(250MW), 증평 공장(70MW) 생산라인을 합쳐 총 1GW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생산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신성이엔지의 김제 생산공장은 새만금에 추진 중인 대형 태양광사업을 겨냥했다. 이 공장은 새만금 사업지의 대부분 지역에 차로 30분 안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정부는 2018년 새만금에 태양광발전 2.8GW와 풍력발전 0.2GW를 포함해 총 3GW 용량의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짓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총 6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사업 참여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기자재를 사용하는 업체에는 가점을 준다.
김제사업장 공장장을 맡고 있는 엄수봉 신성이엔지 이사는 “김제사업장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은 입찰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며 “새만금 태양광사업단지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 관리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성이엔지는 최근 (주)한양이 2022년까지 새만금에 조성할 73MW 규모의 수상태양광 사업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또 고출력 태양광 모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출력을 향상할 수 있는 신기술을 적용했다. 셀을 잘라 연결하는 기술을 비롯해 태양광 셀의 양면을 다 활용하는 기술, 셀을 포개서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셀을 집어넣는 기술 등이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에 맞춘 고내구성 친환경 태양광 모듈도 준비 중이다. 바다나 호수의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 부자재를 활용하고 습기에 강한 제품으로 내년 5월에 설비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시장 전망은 밝다. 올 상반기 국내 태양광 발전 설치량은 2.09GW로 사상 처음으로 2GW를 돌파하며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올해 125GW를 넘어 내년에는 150GW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이엔지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386억원, 영업이익은 60% 늘어난 35억원이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은 3656억원,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클린룸과 드라이룸 등을 생산하는 클린환경 사업부문의 매출 증가세가 실적을 이끌었다. 국내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신규 투자가 확대되면서 클린룸 매출이 늘어난 데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드라이룸도 수주했다. 신성이엔지는 클린룸의 주요 장비인 FFU(팬 필터 유닛)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제=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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