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와 보드는 겨울철 레저스포츠의 대명사입니다. 한때 국민스포츠 반열에 들기도 했지만 요즘은 예전보다 열기가 식은 것이 사실입니다. 스키의 인기가 주춤해진 틈새를 헤집고 요즘 거리두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카약이나 카누, 루지 같은 레포츠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카약과 카누는 진작부터 동호인들이 생겼고 동계올림픽에서 썰매 종목 중 하나였던 루지는 전국적으로 체험장이 12군데나 조성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바야흐로 겨울 레포츠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겨울 초입에 무슨 카약이냐 하는 이도 있겠지만 카약을 타다 보면 추위를 잊을 만큼 운동량이 많아 얼음이 얼지 않는 한 12월 중순까지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카약 투어를 진행하는 최성권 애나프투어 사장은 “경남 남해 같은 곳은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일 때가 많아 카약이나 카누를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 보트라는 점은 비슷한데 카약과 카누는 미묘하게 다르다. 패들(노)이 양날인 것이 카약이고 외날인 것이 카누다. 쉽게 말해 노 하나를 가지고 저으면 카누, 노 두 개로 저으면 카약이다. 배가 사람의 배를 가리고 있으면 카약이고 덮개가 없으면 카누다. 레저용 카누는 느림의 미학을, 카약은 급류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카약 명소로 이름난 곳은 ‘차박’ 성지로 유명한 강원 홍천강이다. 홍천강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강 주변 풍경이 빼어나 자연을 즐기며 카야킹하는 데 이만한 명소가 없다.
카약을 배우는 이들에게 강사는 절대 파도에 맞서지 말라고 말한다. 겁을 먹으면 거친 물결이 이는 여울목에서 전복되고 만다. 물결에 몸을 맡기고 마치 둔턱을 넘듯이 파도를 넘으면 된다.
그러다 강폭이 너른 지점에 다다르면 패들을 멈춘 뒤 강물에 몸을 맡기고 주변을 둘러보면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강둑에서 보는 풍경이 아니라 강속에서 보는 풍경은 보다 입체적이다.
더 여유롭게 강을 즐기고 싶으면 카누를 타는 것이 좋다. 카누는 경험이 없어도 타는 법을 금세 배울 수 있다. 10분 남짓의 탑승교육만 받으면 곧바로 패들을 잡고 방향과 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조정이 쉬운 이유는 카누가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카누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똑바로 가는 것 같은데도 뱅글거리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온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패들링을 해야 비로소 조금씩 직선운동을 시작한다.
더욱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춘천중도물레길 코스를 추천한다. 물레길은 ‘길’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두 발로 걷는 길이 아니라 춘천의 호수에 카누를 띄우고 저어가는 물길을 뜻한다.
물레길 코스는 다양하다. 춘천중도물레길에서는 의암호의 섬 가운데 있는 중도유원지와 무인도 자연생태공원을 지나는 ‘자연생태공원길’(약 3㎞·1시간 코스)이 일반적이다. 초보자에게 적당한 코스는 ‘물풀숲길’과 삼천동 하늘 자전거길을 지나는 ‘철새둥지길’이다. ‘중도종주길’과 ‘스카이워크길’은 중급자 이상 코스로 5~6㎞ 거리에 2시간쯤 걸린다. 코스는 이용자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동 운영된다.
카누와 카약 투어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충북 제천시 청풍호가 제격이다. 이곳에서 카누나 카약을 타면 슬로시티 수산면의 청풍호와 금수산, 옥순봉, 옥순대교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물이 깊고 넓어 바다 카누 체험의 묘미가 느껴진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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