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 대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는 특정 국가가 자국 내 디지털 서비스에 과세하는 것으로, 아직까지는 통일된 ‘글로벌 스탠더드’가 없다. 제조공장이나 법인 유무, 서버 운영 여부와 관계가 없고, 이익이 아니라 매출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어서 ‘고정된 사업장’ 중심으로 부과되는 기존 법인세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지난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137개국이 참여한 ‘다국적기업 조세회피방지대책’ 다자회의 때 의제가 됐고, 영국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연합(EU) 국가들 상당수는 이미 시행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다국적기업에 대한 세금을 어디에서 얼마만큼 징수할 것인가 하는 ‘과세권 관할’이 핵심쟁점이다. 논의 방향도 IT기업 중심에서 제조업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래저래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현대자동차까지 한국 대표 기업들도 프랑스가 앞장선 디지털세 영향권에 들어선 것이다.
연내 OECD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 한 프랑스의 디지털세 징수에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와 별도로 간다면 기업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고, 기업의 ‘총 세금부담 내 부과’ 원칙이 통용된다면 우리 정부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어느 쪽이든 파장이 커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조세전쟁이야말로 국가 간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정부 역량이 드러나는 분야다. 디지털세 논의가 나온 지도 오래된 만큼 정부차원의 전략이 단단히 수립돼 있어야 마땅하다. 민관 할 것 없이 국익을 좌우하는 주요 사안일수록 무작정 미루고, 큰 원리·원칙에 관한 사안일수록 입을 닫는 게 지금의 한국 풍토다. 여야는 조세문제를 표에 도움되는지로 따지고, 국민도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폭증한 주택보유세가 눈앞 현실이지만, 급변하는 국제조세도 개방교역국 한국에는 크나큰 변수다. 국제 과세문제에서 정부가 미덥지 못해 기업들이 글로벌 로펌을 찾아야 한다면 정부는 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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