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의 보컬(소리꾼) 안이호(사진)는 “교과서로만 접했을 판소리를 팝 음악으로 구성하니 신선함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폭발적인 해외 반응에 대해선 밴드 음악에 공을 돌렸다. “판소리도 자메이카의 ‘레게’처럼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인 게 아닐까 싶어요. 익숙한 밴드 선율에 판소리라는 생경한 장르가 얹어져 자극이 됐고, 재미를 느낀 듯합니다.”
이날치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팝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다. 조선 후기 활동한 명창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이들은 소리꾼 열창에 맞춰 춤을 추도록 판을 깔고 싶었다고 했다. 완창 4시간짜리 ‘수궁가’를 토막냈다. “판소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사에 재미가 있어요. 이걸 우린 노래만으로 신명을 전하자고 생각했고요. 클럽에서 즐길 수 있도록 길이를 줄이고 중독성이 강한 후렴구를 강조한 거죠.”
‘수궁가’ 중 열 대목을 골라 팝 요소를 곁들였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토막내 들려주다 보니 곡 하나만으로 기승전결이 완벽해야 했습니다.”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는 압박도 컸다. 하지만 소리꾼들은 ‘위험한 새 길’을 택했다. 안이호는 “문화는 가변적입니다. 사람이 가꿔나가는 산물이죠. 손때가 묻으며 발전해야 해요. ‘판소리는 손대선 안 되는 소중한 전통유산’이라든가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음악’으로 여겨 과거의 가치와 틀에 얽매였다면 이날치는 없었을 겁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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