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코피 쏟아놓고 3만유로라고?”
‘상위 1%’ 백만장자이지만 전신마비 장애인인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과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파리 빈민가에 사는 ‘하위 1%’의 드리스(오마 사이 분) 간 소통을 그린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간병인이 된 이후 필립을 따라 처음 가본 미술관에서 드리스가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대뜸 던진 말이다. 드리스의 눈에는 ‘그림 같지도 않은’ 작품 하나가 3만유로(약 4000만원)가 넘는다는 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웠다.
드리스는 미술관에서 본 그림처럼 캔버스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물감을 뿌리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필립은 자신의 집을 찾은 친구에게 드리스의 작품을 소개한다. 필립은 이 작품을 신인 유망 화가의 작품이라며 “런던과 베를린에서 전시될 예정이야”라고 말한다. 필립이 부른 가격은 1만1000유로(약 1400만원). 이 말을 들은 필립의 친구는 이렇게 말하며 드리스의 그림을 산다. “나중에 가치가 오를 수도 있는데….”
미술 작품은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는다. 무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샀는데 그 작가가 유명인이 된다면 가치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던 미술품 거래 시장이 최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미술품 하나를 사는 게 어려우니 각각 작품의 지분을 사서 ‘공동소유’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술품 공동투자 전문 플랫폼 아트투게더와 핀테크업체 핀크가 운영하는 아트 투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앤디 워홀의 유명작 ‘러브(LOVE)’는 공동 구매가 시작되자 10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주식처럼 작품 가치가 올랐을 때 자신의 지분만큼만 타인에게 판매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답답하다는 필립을 차에 태우고 드리스는 남부 해안가로 떠난다. 바닷가가 보이는 근사한 식당에서 드리스는 “난 당신이랑 점심 안 먹어요”라며 자리를 뜬다. 필립에겐 편지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직접 만날 용기를 내지 못하던 필립을 위해 드리스가 마련한 자리였다. 필립은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지만 드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비켜준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존 인물 드리스가 필립의 휠체어를 미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다시는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책하던 필립은 재혼해서 두 딸을 뒀고, ‘실업급여로 연명하던’ 드리스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는 내레이션이 따라 나온다. 극과 극의 신분에 속하면서 각기 다른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안고 있던 두 사람이 ‘1%의 우정’을 통해 서로의 핸디캡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영화는 아름답게 그려냈다.
송영찬 한국경제신문 기자 0full@hankyung.com
② 고가 부동산과 미술품을 작은 지분(토큰)으로 쪼개 소액투자자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증권형 토큰 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이 새로운 금융기법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③ 한국 사회에서 장애가 있는 상위 1% 백만장자와 빈민가에 사는 하위 1%가 서로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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