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재정 규모가 커지면서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국민부담금이 늘어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경제에 필요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둔다. 하지만 세금을 인상해 정부가 필요한 정책에 사용하자는 ‘증세’ 주장과 세금 부담을 낮춰 가계·기업의 경제활동을 북돋워야 한다는 ‘감세’ 주장이 항상 팽팽하다. 세금 인상안이 나오면 여론은 반발하고 항상 논란이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정지출 및 복지지출 증가로 세금 인상 주장이 관련 연구기관을 통해 나오고 있다.
세금 논쟁
지난 6월 국책 연구기관에서 ‘증세’에 관한 주장이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향후 조세정책은 세입의 안정성을 높이고 대중적인 세목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납세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 확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서 개인소득세는 직접세, 부가가치세는 간접세에 해당한다. 직접세란 세금을 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납세의무자)과 실제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담세자)이 같은 세금이다.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등이 대표적이다. 간접세는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과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이 다른 세금이다. 부가가치세, 주세, 개별소비세 등이 이에 해당된다.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작년 기준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순이다. 이제껏 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소득세, 법인세를 인상했다. 여론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세금을 인상하는 것만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것일까?
래퍼곡선
한국은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을 24.2%에서 27.5%로 인상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3.5%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은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소득세도 한국은 2018년 기준 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합한 통합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80% 가까이를 부담하고 있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세금 수입이 많아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래퍼곡선은 증세 논의가 활발한 요즘 살펴볼 만하다. 래퍼곡선이란 세율과 정부의 조세 수입 간 관계를 설명한 곡선이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에 의해 주창됐다. 래퍼는 한 나라의 세율이 적정 수준(최적조세율)을 넘어 비표준 지대에 놓여 있을 땐 오히려 세율을 낮춰 주는 게 경제 주체들에게 창의력과 경제 의욕을 고취해 경기와 세수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너무 높은 세금 부담은 경제 주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래퍼곡선에 나타난다.
증세와 감세, 우리의 선택은?
물론 세금 부담이 낮아지면 정부의 재정적자가 늘어날 수 있다. 래퍼곡선 이론을 수용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또한 이후 높은 재정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금정책은 가계·기업등 민간 경제 주체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영향을 따지며 실행해야 한다. 세금이 증가하면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가계의 경우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해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세 부담률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여론이 모아진다면 보편적 증세를 통해 안정적인 세입구조를 만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세에서 소득세, 법인세에 비해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의 경우 1977년 도입될 당시 10% 세율에서 아직까지 변동이 없다. 하지만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세금 논쟁은 많은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