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부인, 초등학생 딸과 전세를 사는 30대 후반의 가장 A씨에게 ‘로또’라는 청약 당첨은 남의 이야기다. 10년 전 신혼 때 서울 외곽의 소형 빌라를 산 것이 화근이 됐다. 빌라는 몇 년 전 정리했지만, 무주택 기간이 짧아 청약 가점은 40점대에 그친다.
A씨는 “10년 전 아파트 전세 가격보다 싼 빌라를 산 게 이렇게 큰 불이익이 될지 몰랐다”며 “급등한 기존 집을 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무주택자 가운데에는 A씨처럼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을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점이 낮아도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면 미계약 물량이나 보류지(조합이 갖고 있던 가구)를 노려볼 수 있다. 추첨제로 분양되는 중대형 아파트도 당첨될 수 있다. 젊은 2030세대는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요건이 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조합이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남겨뒀다가 입찰을 통해 파는 보류지도 있다. 조합 소유 자산을 임의 처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찰 참여에 별다른 자격 제한이 없다. 다만 인근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매물이 나오기 때문에 무순위 청약에 비해서는 메리트가 적은 편이다. 무순위 청약·조합 보유 아파트 입찰은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당첨 때 잔금 마련 기간이 촉박하다. 즉 자금이 준비된 경우에만 베팅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는 입주를 반 년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분양가가 37억5800만원이었던 전용 198㎡ 당첨자가 잔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법에 따라 중대형 아파트의 50%를 추첨제로 분양한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호반송파써밋 2차’는 총 700가구 중 50%인 350가구를 추첨으로 뽑았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차지하는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중대형 아파트 중 추첨제 물량이 70%다. 지방 중소도시와 같은 비규제지역에서 분양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전부 추첨제로 뽑는다. 중소형이더라도 투기과열지구만 아니면 추첨제 물량이 있다.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물량의 25%, 비규제지역에서는 60%를 각각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청약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들 주거 시설은 면적에 상관없이 모두 추첨을 통해 뽑는다. 만 19세 이상이면서 단지가 들어서는 지역·광역권 거주자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혼인 후 7년 이내면 신청할 수 있다. 예비 신혼부부도 입주 전까지 혼인신고를 할 계획이면 당첨 대상이 된다. 당첨 후 입주까지 통상 3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결혼을 계획 중이라면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주택 보유 이력이 없는 기혼자·한부모 가정이 대상이다. 다자녀 특별공급은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은 만 65세 이상인 부모 한 명 이상과 3년 넘게 살았을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기관 추천 특별공급은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이 대상이다. 과거 근무경력을 포함해 중소기업에서 5년 이상 재직한 경우에도 자격이 된다. 이전기관 특별공급은 지방으로 이전한 국가기관·공공기관 종사자가 해당 지역에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특별공급은 각 유형에 따라 충족해야 하는 소득기준이 있다. 예컨대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월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맞벌이는 130%)를 넘으면 신청할 수 없다. 올해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약 563만원(3인 가구 기준)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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