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주가지수가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잇따른 백신 낭보에 경제 정상화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이달 들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0,000선을, 나스닥지수는 12,000선을 돌파했다. S&P500지수도 직전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 와중에 3대 지수보다 더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지수가 있다. 미국 중소형주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러셀2000지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 지수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미국 알짜 중소형주와 관련 투자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러셀2000지수는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0개 기업의 주가지수인 러셀3000지수 중 시가총액 하위 2000개 기업, 즉 중소형 기업을 담고 있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종목이 대부분이어서 ‘미국 경기의 바로미터’라고도 불린다.
러셀2000지수 구성 기업 시가총액은 러셀3000 전체 시가총액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8월에는 애플이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하며 러셀2000지수에 속한 기업 전체 시가총액을 넘기도 했다.
다국적 기업 비중이 높은 3대 지수와 달리 러셀2000지수는 내수 비중이 높다. 이 지수의 상승률이 높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신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그동안 낙폭이 컸던 소형주에 투자 자금이 몰린 것이다. 역사적으로 경기 회복기에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실적 개선폭이 컸다.
러셀2000지수에는 올 들어 1000% 이상 상승한 종목도 수두룩하다. 코로나19 백신개발업체 노바백스와 백사트는 각각 3058.04%, 1908.57% 뛰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조하는 코다이어그노스틱스도 1221.11% 급등했다.
‘집콕’ 수혜주도 상승률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실내 운동기구 제조·판매회사인 노틸러스는 홈트레이닝(홈트) 열풍에 998.86% 올랐다. ‘홈트계의 넷플릭스’라는 별명을 가진 나스닥시장의 펠로톤(283.73%)보다 상승폭이 컸다. 식품 배달업체 웨이터홀딩스(971.88%), 온라인 가구 및 인테리어소품 판매업체 오버스탁(883.40%)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주가 상승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이뤘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종목은 선런이다. 헤지펀드 자금 32억달러가 들어가 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자 투자자들은 미국 주택용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1위 업체인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미국 카지노·리조트기업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백신 소식과 함께 주가가 급등했다. 카지노 영업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로 이달 들어 56.40% 올랐다. 가구회사 레스토레이션하드웨어는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고급 가구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도 중소형주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루밍 브랜즈, 부트 반, 데커스 아웃도어는 제프리스가 선정한 가장 유망한 종목이다. 제프리스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본피시 등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블루밍 브랜즈가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아직 연초 주가보다 20% 하락한 가격에 거래 중이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외식 수요가 늘어나면 이 기업의 주가도 반등할 것이란 논리다. 신발제조업체 부트 반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소비가 회복되고 기저효과도 있어 내년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부트 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지만 3분기에는 9% 감소에 그쳤다. 온라인 매출은 급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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