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에 CPI를 본격 납품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업체인 오포와 TCL이 공개한 롤러블폰 시제품에도 코오롱인더의 CPI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CPI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며 “대부분의 관련 기업이 코오롱인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히는 유리’로 불리는 CPI는 폴더블(접을 수 있는)·롤러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다. 수년 전만 해도 CPI는 글로벌 폴더블폰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을 끌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7년 세계 최초로 CPI 양산설비를 완공하고, 연간 1000만대가량의 폴더블폰에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 CPI 대신 초박막유리(UTG) 소재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최대 잠재고객을 잃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CPI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증권사들은 “사업 가치를 절반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며 코오롱인더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낮추기도 했다.
코오롱인더의 CPI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폴더블폰에 이어 디스플레이를 자유자재로 말았다가 펼 수 있는 롤러블폰 상용화에 나서면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폴더블·롤러블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매년 2배 성장할 전망이다. LG전자도 롤러블폰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PI 시장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곡면 TV·모니터 등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전체 CPI 관련 특허 중 50%인 200여 건을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 승부를 걸었다. 경쟁사로 꼽히는 일본 스미토모는 아직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내년 이후 롤러블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올해 초 대비 공장 가동률이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는 필름·전자재료 부문 매출이 올해 5794억원에서 내년 6751억원으로 약 16.5%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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