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에 등돌린 민심…野 '정부 견제론' 탄력

입력 2020-11-29 17:27   수정 2020-12-09 18:59


국민의힘이 ‘정부 견제론’을 꺼내들면서 본격적인 재·보궐선거전에 들어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를 계기로 초선 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등 대여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대안 공약 개발에도 착수했다. 다만 국민의 기대를 담아낼 인물을 야당 후보로 내세우지 못하면 선거 직전엔 결국 힘이 빠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보궐 기대감 올리는 야당
29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부동산 등 분야별 대응팀으로 구성된 재·보궐선거 공약단을 이번주 출범시킨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동시에 규제 완화·공급 확대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정책 대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7일 발표한 재·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3.1%포인트·24~26일 조사)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50%)이 ‘여당 승리’(36%)보다 높게 나오면서 당내에선 기대가 커졌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더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피로를 느낀 중도층의 ‘표심’이 조금씩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세를 몰아 초선 의원들은 27일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릴레이 피켓 시위에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당 유력 인사가 연이어 시위 현장을 찾아 초선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28일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상식을 저버리는 짓을 하는 정부를 국민은 처음 경험할 것”이라며 “추 장관의 모습을 (국민이) 너무 역겨워하는데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당 독주 반사이익 보나
여당이 정기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국가정보원법,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 등 이견이 있는 법을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야당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당의 ‘입법독주’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중도 표를 더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화상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앞뒤가 맞지 않고 부작용이 엄청난 법을 (더불어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무엇이든 던지고 희생해야 하는 엄중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가 넉 달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여야 지지율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주요 법안과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민주당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민주당 내부에선 주요 입법 과제 중 일부는 이번 정기국회 대신 임시국회 때 ‘쪼개기’ 처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력한 정당에 갈 표심은 없을 것”
다만 야당이 제대로 된 인물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정부 견제론 역시 힘이 빠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앞 릴레이 시위가 끝나고 추 장관 국정조사도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되면 선거 직전엔 야당의 존재감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무리 국민의 불만이 끓어넘쳐도 그걸 받을 만한 그릇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야당을 찍겠다는 사람 중에 그 야당이 국민의힘이면 차라리 기권하겠다는 중도층이 여전히 많다는 걸 왜 모르느냐”고 했다. 또 다른 야당 전직 의원은 “선거는 결국 인물로 치르는 것인데 새 인물도 없고, 있다고 한들 그 인물을 띄울 분위기가 전혀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공천 과정이 시작되면 당내 잡음이 일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유승민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의 인적 개편을 통한 2기 비대위 출범을 주장했다. 현역 의원과 선거 기획·전략·조직 전문가를 비대위에 충원해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2기 비대위 주장이 힘을 얻으면 자칫 내부 분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당의 실책을 보면서 고무된 야당의 모습에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제대로 된 투쟁을 포기하고 ‘동정표’를 얻겠다는 전략 자체가 선거 승리와는 사실상 먼 발상이라는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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