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부 견제론’을 꺼내들면서 본격적인 재·보궐선거전에 들어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를 계기로 초선 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등 대여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대안 공약 개발에도 착수했다. 다만 국민의 기대를 담아낼 인물을 야당 후보로 내세우지 못하면 선거 직전엔 결국 힘이 빠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더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피로를 느낀 중도층의 ‘표심’이 조금씩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세를 몰아 초선 의원들은 27일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릴레이 피켓 시위에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당 유력 인사가 연이어 시위 현장을 찾아 초선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28일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상식을 저버리는 짓을 하는 정부를 국민은 처음 경험할 것”이라며 “추 장관의 모습을 (국민이) 너무 역겨워하는데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가 넉 달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여야 지지율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주요 법안과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민주당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민주당 내부에선 주요 입법 과제 중 일부는 이번 정기국회 대신 임시국회 때 ‘쪼개기’ 처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공천 과정이 시작되면 당내 잡음이 일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유승민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의 인적 개편을 통한 2기 비대위 출범을 주장했다. 현역 의원과 선거 기획·전략·조직 전문가를 비대위에 충원해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2기 비대위 주장이 힘을 얻으면 자칫 내부 분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당의 실책을 보면서 고무된 야당의 모습에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제대로 된 투쟁을 포기하고 ‘동정표’를 얻겠다는 전략 자체가 선거 승리와는 사실상 먼 발상이라는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