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없던 '2단계+α' 꺼내든 정부에…전문가들 한숨 [이슈+]

입력 2020-11-30 14:28   수정 2020-11-30 16:03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무게중심은 이번에도 방역이 아닌 경제였다."
지난 29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이 쏟아낸 지적이다. 이미 확진자 수가 전국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기준을 충족시켰음에도 원래 없던 '2단계 플러스 알파(+α)' 방안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거리두기 3단계 제도를 운용할 때 1.5단계, 2.5단계를 임의 적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선제적 거리두기 격상보다는 위험 지역이나 시설만 추가로 '핀셋 규제'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 방역당국은 '정밀방역'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정부의 안일한 조치가 위험천만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반영 않으니 기대감이 사라진다"는 한숨 섞인 푸념도 흘러나왔다.
정부, 이번에도 방역보다 서민경제…'실효성 논란' 여전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 2단계로 유지하면서 사우나와 단체운동, 음악교습 등 위험한 시설 및 활동에 대한 핀셋 조치를 도입하는 '2단계+α' 카드를 택했다.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조치다. 이달 7일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보면 '전국 주평균 확진자 400~500명 이상' 또는 '전국 2단계 상황에서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 상황'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2.5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 29일 0시 기준 지역발생 기준 1주간 평균 확진자는 416명으로 전날(400.1명)에 이어 이틀째 2.5단계 격상 기준을 넘겼다.

앞서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기준을 충족하면 즉시 격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서민경제 논리에 방역이 후순위로 밀렸다. 수도권에 확진자가 몰려있는 데다 전국적으로 발이 묶이는 2.5단계 격상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달 초 본격적인 거리두기 격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점도 '2단계+α' 방안이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12월 초까지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확산세만 키웠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다음달 7일까지 한 주간 적용하는 새로운 '2단계+α' 방안은 목욕장업과 실내체육시설, 학원·교습소 등 일반관리시설 내 방역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소상공인을 배려한 것이지만 허점이 많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례로 수도권 사우나는 거리두기 '2단계+α'를 시행하더라도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 내 온탕과 냉탕 등 목욕은 허용하되 사우나와 한증막, 찜질 설비 이용을 금지한 것이다. 확진자가 있는 장소에서 온탕이나 냉탕만 이용한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란 평가가 나왔다.

호텔과 파티룸, 게스트하우스 등의 연말·연시 행사나 파티를 금지하는 것도 강제력 없는 권고 수준이라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전문가 "정부, 방역 기준조차 무시…위험천만한 상황 초래할 것"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까지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안일하고 일관성 없는 대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단계 개편도 상당히 느슨한 기준이 문제였는데, 정부가 그것조차 안 지키고 있다. 그런데 무슨 수로 코로나 사태가 통제되겠는가"라며 "정부는 계속해서 똑같은 문제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생 양상을 보면 산발적 집단감염 형태로 수십명씩 확진자가 계속 나온다.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금세 넘어갈 수 있다"면서 "날씨가 추워져 실내활동이 잦아진 환경적 요소도 매우 안 좋은 여건이다. 그런데 정부는 전문가들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도 "감염병은 그 자체로도 영향을 받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어떻게 가져가는가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은 거리두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피해를 완화하고 싶어 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정부는 코로나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욕심을 내는 순간 유럽처럼 될 수 있다. 자칫 순식간에 마이너스 2~3%의 경제성장률 수준이 20~30%까지 떨어질 수 있다. 사전에 막았으면 2단계로 충분할 것을 3단계로 막게 된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전문가들은 단계 격상 시기도 더 빠르게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올리지 않는다. 정부가 추세를 보겠다고 하는 동안 이미 감염병은 퍼진다"며 "사실상 1~2차는 대유행이 아니었다. 국소적 유행이었고, 지금이 실질적인 전국 대유행이다. 정부가 의료진 주장을 심사숙고해 조치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관된 메시지와 선제적 조치의 중요성을 되풀이 역설했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 산발적인 2단계 조치로는 감염병을 잡기 어렵다"며 "단계는 안 올리면서 움직이지 말라는 정부의 일원화되지 않은 메시지는 큰 문제다. 사실 아무리 전문가들이 말을 해도 정부가 듣지를 않으니 이제는 기대를 잃어가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치사율이 급증하는 사태가 곧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봤을 때 굉장히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해 선제적, 조기 조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천은미 교수 또한 "저소득층과 코로나 영업 제한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별도 생계지원을 해주더라도 지금은 선제적 방역이 필요하다"면서 "현재로선 확진자를 빠르게 진단해 격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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