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나무들…숲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입력 2020-11-30 17:47   수정 2020-12-01 00:34


중부지방산림청 부여국유림관리소는 최근 산림청이 주최한 2020년 친환경 벌채(나무베기)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부여국유림관리소는 충남 공주시 의당면 중흥리의 38㏊에 달하는 지역에서 친환경 벌채 사업을 벌였다. 부여관리소 관계자는 30일 “벌채를 전혀 하지 않은 천연림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통해 벌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임목축적 증가율 세계 1위
산림청에 따르면 한국의 임목축적(산림밀집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림위원회(COFO)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산림의 미래’ 보고서에서 최근 25년간(1990∼2015년) 한국의 산림자원 증가율은 세계 1위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국의 임목축적은 ㏊당 50㎥에서 148㎥로 196%(98㎥)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은 633만5000㏊로, 국토 면적 대비 산림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어 4위(63.2%)다.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 30년생(Ⅳ영급) 이상이 72%를 차지하고 있지만 목재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16.6%에 불과하다. 국내 목재 수요량은 연간 3000만㎥에 이르지만 국내 생산량은 460만㎥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가 인정했지만 과거 심은 나무가 노령화돼 적극적으로 벌채가 필요한 시기를 맞았다. 다양한 임령(나무 나이)의 산림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산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나무가 노령화하면 임목축적 증가율이 둔화하고 탄소 흡수·저장량도 줄어 제때 벌채해야만 목재로 활용할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목재 자급률 향상을 위해서도 친환경 벌채를 통해 국산 목재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10년 전부터 친환경 벌채 시작
친환경 벌채는 198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 북서부의 노령림 벌채로 긴점박이올빼미가 멸종위기에 처하면서다. 미국 산림청은 1992년 워싱턴과 오리건주에 새로운 임업과 경관관리 기법을 위한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현재까지 실험 중이다. 미국 산림청은 최근 벌채 방법 중 군상잔존 방법이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방법은 벌채 구역 내 벌채하지 않은 나무를 한곳에 모아 존치하는 방법이다. 나무가 군상을 이뤄 야생 동식물 서식처 역할을 한다.

한국도 10년 전부터 군상잔존 방법으로 친환경 벌채를 해오고 있다. 한국의 친환경 벌채는 벌채 구역의 10% 이상을 벌채하지 않고 남겨두는 방식이다. 산림의 생태·환경적 기능을 유지하고 야생동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충청남도는 지난해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 산74 일원의 산림 23㏊를 친환경적으로 벌채했다. 주민들과 협의해 벌채 지역에 인접한 성주산자연휴양림과 등산로 경관을 고려, 벌채하지 않은 숲은 띠 모양으로 배열(수림대)해 보존했다. 군상잔존 방법으로 숲의 미관도 해치지 않아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산림청은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벌채를 확대할 계획이다. 목재생산림 면적(약 216만1000㏊)을 평균 벌채주기(50년)로 나누었을 때 매년 4만3000㏊를 벌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산 목재 자급률을 2035년까지 30%로 높일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주민설명회 등 주민들과 협의해 환경보존 및 임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친환경 벌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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