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혼란을 야기한 부분은 ‘모호한 기준'이다. 업종별로 세밀하게 방역 대책을 세우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어떤 방역 수칙을 따라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왜 우리만 규제하느냐”는 형평성 논란도 매번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수도권 거리두기 추가 대책(2단계+α)을 향한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실내체육시설 안에서 ‘격렬한 GX(집단운동)류’ 시설만 따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음악학원에서도 관악기, 노래 학원만 집합금지를 명령했다. 같은 지역, 같은 업종이어도 영업 중단 여부가 다른 ‘핀셋’ 대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비슷한 시설에 선별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두더지 잡기’식 방역대책으로는 코로나19 확산세도, 자영업자의 영업 손실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격렬한’ 운동시설의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려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태권도장, 요가·필라테스학원 등에서 “우리도 휴업 대상이 맞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집합금지가 맞으면 사전에 회원들에게 휴업 안내 문자를 보내야 하는데, 발표 하루가 지나서야 구청을 통해 휴업 대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업종 간 형평성 논란도 또 나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아파트 내 헬스장에 운영 중단을 명령했다. 일반 헬스장이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2단계 플러스 알파라니 이러다 2.75단계도 나오겠다”, “자세하게 대책을 공지해달라”, “영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혼란이 커졌다. 업종별로 지나치게 방역 수칙을 세분화하다 보니 자영업자는 물론 일선 구청도 지침을 헷갈려했다. 지난 24일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카페 내 홀 영업을 중단할 때도 논란이 일었다. 일반 카페와 달리 룸카페, 보드게임카페, 브런치카페 등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두더지게임 하듯이 확진자가 나오는 장소를 틀어막는 식으로는 전국적인 재확산을 막을 수가 없다”며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개인 스스로 검사하게 해 검사수를 대폭 늘리고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길성/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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