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엄청나게 커질 겁니다. 우리가 이 산업을 선도할 겁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사진)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은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넥스 시장 시가총액 1위인 이 회사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다음달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다.
2015년 설립된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전문회사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몸 속에 있는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다. 인체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순수 세포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유전자 수는 100배 넘게 많다. 회사는 이를 이용해 면역 항암제나 뇌질환 치료제, 피부질환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배 대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5년전 맥주집에서 의대 동기를 만났다. 박한수 공동대표였다. 박 대표는 함께 새로운 산업에 도전해보자고 했다. 박 대표의 지도교수이자 노벨 의학상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찰스 리 박사가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가능성을 추천해주면서다. 배 대표와 박 대표는 다음날 회의실 화이트보드 앞에 앉았다. 두 사람은 사업계획서를 써내려갔다. 그렇게 지놈앤컴퍼니가 탄생했다.
설립 초기 생소했던 산업 탓에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미생물은 일반적인 유산균 음료에만 들어가는 것으로 아는 사람도 많았다. 배 대표는 “같은 미생물이라 하더라도 아종(亞種)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미생물이 각각 어떤 효과를 갖는지도 다르다”며 “이런 부분을 더 깊이 연구해서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쓸지를 파악해내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설득 끝에 회사는 2016년 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EN-001’이다.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 분리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개발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의 화학항암제가 갖고 있던 부작용을 줄인 약이다.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면역 세포인 티(T) 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기존 화학항암제가 정상적인 세포까지 공격해 머리가 빠지는 등의 문제점을 없앴다. 회사의 신약은 이런 기존 면역항암제의 작용을 강화한다. 배 대표는 “말하자면 티세포에 ‘부스터’를 달아주는 셈”이라며 “독일의 머크, 미국의 화이자와 공동 개발 연구 계약도 맺었다”고 말했다.
뇌질환 치료제도 주요 개발 사업 중 하나다. 회사는 지난 8월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사 ‘싸이오토’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자폐증 치료제 후보물질 ‘SB-121’을 파이프라인에 추가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미주신경을 타고 올라가 뇌에서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만들어 자폐증을 완화한다는 게 배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IND)을 승인받았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우주산업에 비유했다. 그는 “지구 개발이 끝나고 갑자기 우주 개발 시장이 개척돼 확 커진 것처럼, 마이크로바이옴 산업도 이제 막 미지의 세계가 열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회사 중 ‘빅 파마(대형 제약사)’와 의미있는 계약을 맺은 회사는 9곳에 불과하고 아시아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이전상장을 계기로 선도기업으로서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놈앤컴퍼니는 총 200만주를 공모한다. 구주매출 19만3740주가 포함돼 있다. 공모가 밴드는 3만6000~4만원이며 총 공모금액은 720억~800억원이다. 상장 직후 예상 시가총액은 4750억~5278억원이다. 다음달 7~8일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14~15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연내 코스닥 입성이 목표며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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