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들이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 항로’를 수정해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종의 경영 컨설팅이다. 일반적인 컨설턴트는 기업을 위해서 일하지만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PEF는 다르다. 투자한 회사의 가치가 빨리 올라가야 주주인 PEF도 이익을 볼 수 있다. PEF가 ‘기업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경영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18년 모건스탠리PE가 새 대표로 발령한 안세진 대표는 놀부의 업태 자체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매장에 오는 손님만 응대하지 말고 배달 비중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보쌈과 부대찌개도 배달이 되지만 수요가 한정적이었다. 점주들이 떡볶이 돈가스 통닭 등 10가지 중에 원하는 브랜드를 골라서 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놀부주방’시스템을 도입했다. 본사와 가맹점 사이 갈등의 진원지였던 광고 분담금 제도는 아예 없앴다. 배달 브랜드를 추가하는 비용은 브랜드당 월 15만원으로 고정했다.
점주들은 추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매출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지난 8월 말 기준 516개 점포 중 294곳(57%)이 놀부주방을 도입해 2~3개 배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보쌈과 부대찌개 매장이 ‘공유주방’으로 바뀐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 놀부 점주들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평균 약 30% 늘었다. 김영한 놀부 반포점 점주는 “홀에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매출의 80%는 배달에서 나온다”며 “김치피자탕수육 등 특색 있는 음식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토종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이 회사를 사들여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로 성격을 바꿨다. 전상엽 스틱인베스트먼트 상무는 “가정과 식당에서 버려지는 폐유를 수거해 정제해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유지 등 관련 업체 10여 곳을 추가로 매입해 기반을 다졌다.
예상은 적중했다.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한 대경오앤티에는 국내외 업체에서 원료 공급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바이오디젤 사용이 의무화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자동차 등 연료에 포함되는 바이오디젤 의무 비율을 현재 3.5% 수준에서 2030년에는 5.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경오앤티는 2017년 매출 2300억원, 영업이익 64억원에서 올해는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피하기 위해 LG CNS 지분 35%를 매각하면서 맥쿼리PE와 KKR 등에 가격 외에 성장계획을 함께 적어내도록 요청했다. 한 PEF 대표는 “앞으로 ‘같은 배’를 타야 하는 2대 주주를 받아들이는 만큼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기업 안에서는 보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PEF가 발견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김채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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