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확장 계획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보다 못한 환경부가 나섰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수소차 충전소 인허가권을 한시적으로 넘겨받아 충전소 사업을 하기로 했다. 양재 수소 충전소는 재단장을 거쳐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수소 충전소를 새로 여는 것은 안전과 경제성 문제 등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짓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 주민 반발은 위험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수소는 기체 상태에서 초고압 상태로 이동하고 보관되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선 주민 반발이 있으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환경부에서 주도적으로 인허가권을 갖기로 한 이유다. 환경부는 그린벨트 내 일부 부지를 활용하는 식으로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수소 충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또 다른 방안은 고소도로 휴게소 활용이다. 인근에 주거지가 없어 주민 반발 없이 운영할 수 있고, 자동차가 다니는 동선이라 편의성도 높다. 현재 고속도로 수소 충전소는 여덟 곳이 운영되고 있다. 안성, 언양, 백양사, 성주, 여주, 함안, 하남만남의광장 등이다. 절반인 4곳은 현대차가, 나머지 4곳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이 운영 주체다.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는 국토교통부가 한국도로공사를 통해 사업을 발주한다. 작년에는 11개 신규 사업자가 사업권을 부여받았다. 올해도 세 차례 사업자 모집 공고가 나갔다. 충전기 한 기에 15억원의 보조금, 최대 20년 운영권 보장, 수익 발생 이전까지 부지 무상임대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들은 사업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이렇게 혜택을 받아도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소 한 곳을 짓는 데 30억~50억원이나 들고, 한 곳당 연간 적자가 1억~2억원에 달한다”며 “정부 보조금을 받아도 사업성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SK가스 등 주유·LPG(액화석유가스) 사업자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K가스 등이 시범적으로 각각 한 곳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소경제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기보단 민간에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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