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 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감지된다. 전통 강호를 제친 ‘언더독’의 반란이다. 골퍼들이 신제품에 공을 들인 언더독 브랜드에 힘을 실어주면서 반란에 힘이 붙고 있다. 우드 부문을 싹쓸이 했던 ‘핑’의 철옹성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클리브랜드의 신제품 웨지 집코어는 출시 3주 만에 웨지 시장을 장악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년 반 만에 흔들리는 핑의 철옹성
30일 한국경제신문이 골프존마켓에 의뢰해 올 3분기(7~9월) 주요 골프용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신제품을 앞세운 젝시오, 클리브랜드 등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존마켓은 국내 오프라인 골프용품 시장 점유율(20%) 1위 업체다. 이곳의 판매량은 골프용품산업 순위의 ‘시금석’으로 불린다.국내 골퍼들의 클럽 선택 우선순위는 ‘관용성’에 있었다. 관용성은 클럽 페이스 어디에 공이 맞아도 날아가는 방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클럽 특성이다. 관용성을 앞세운 핑의 강세는 3분기에도 이어졌다. 핑 G410 드라이버는 지난해 2분기 출시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G410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하지만 페어웨이 우드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던롭이 올초 선보인 젝시오 11이 핑 G410의 판매량을 추월한 것. 올초 브랜드를 리뉴얼하며 꾸준히 젊은 층 공략에 나선 마케팅이 빛을 봤다는 평가다. 젝시오 관계자는 “젊은 골퍼들의 구매가 늘어나는 등 공격 마케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핑은 그럼에도 아직 여유로운 표정이다. 신제품 출시와 제품군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판단. G425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 때문에 잠시 한발 물러섰다는 얘기다. G425는 지난 9월 중순부터 팔렸음에도 하이브리드 판매 5위에 올랐다. 핑골프 관계자는 “10~11월 G425 판매 분위기가 G410 출시 때보다 좋다”며 “4분기 결과가 나오면 다시 1위에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집코어’ 웨지 시장 돌풍
쇼트게임 장비에서도 골퍼들의 신제품 사랑은 이어졌다. 신제품이 나오면 여지없이 기존 강자들을 위협했다. 클리브랜드가 9월 초 웨지 시장에 내놓은 ‘RTX 집코어’가 대표적이다.기존 웨지보다 3개 많은 그루브(7개)를 장착해 스핀양을 키운 집코어는 한 달이라는 짧은 판매 기간에도 웨지 판매량 3위에 올랐다. 부동의 1~2위를 달리고 있는 타이틀리스트 웨지 브랜드 보키의 SM8과 SM7의 턱밑까지 쫓아온 것. 클리브랜드 관계자는 “그루브가 더 많은 웨지를 쳐보고 싶은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9~10월 판매량은 보키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언에선 명가들의 ‘단조 아이언’ 싸움이 치열했다. ‘아이언 명가’ 브리지스톤의 V300 시리즈7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젝시오11 아이언이 3위로 뒤를 이었다. 혼마 베레스 06이 2위를 기록했고, 미즈노가 4월 내놓은 신제품 MX-70이 뒤를 이었다.
볼 부문에선 이변 없이 타이틀리스트의 Pro V1과 Pro V1x가 1, 2위를 쓸어갔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를 앞세운 브리지스톤의 New TOUR B가 3위에 등극하면서 신흥 볼 강자로 올라섰다. 퍼터 부문에선 오디세이의 트리플 트랙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퍼팅 스트로크 시 정렬을 쉽게 해준다는 실용적인 마케팅 포인트가 골퍼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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