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은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인 대주 접근성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증권금융은 지난 7월부터 안동현 서울대 교수팀을 통해 개인 공매도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 조성방안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이날 증권금융은 개인 공매도 활성화의 선결조건으로 꼽히는 대주시장 확대 방안으로 K-대주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공매도를 하려는 투자자들은 주식을 다른 투자자로부터 빌려야 한다. 신용도가 높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67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차시장을 통해 주식을 손쉽게 빌리고 있다.
반면 개인들은 대주시장을 통해 다른 개인들로부터 주식을 빌릴 수 있다. 대주시장에서는 개인들이 신용융자를 위해 담보로 내놓은 주식 중 대주재원으로 활용을 동의한 주식만 거래가 가능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여섯 곳에 불과한 데다 거래 가능 종목도 한정돼 있다 보니 대주시장 규모는 연 230억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국내 공매도 거래액 중 개인 비중이 0.1%에 그친 이유다.
이에 증권금융은 대주 서비스를 취급하는 증권사를 늘리고 대주재원을 확대하며, 실시간 통합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대주재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3단계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증권금융과 같은 기관이 중앙집중식으로 모든 증권사의 대주재원을 관리하는 일본식 공매도 모델이다.
작년 일본 주식시장에서 개인 공매도 비중은 19.6%에 달했다. 일본증권금융이 활성화된 신용거래를 바탕으로 결제를 위한 담보주식이 부족하면 추가 차입으로 결제를 이행하는 등 안정적으로 대주시장을 운영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유원석 강남대 교수는 다만 “한국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일본의 결제불이행 관리 방법을 그대로 빌려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금융은 모든 증권사가 대주재원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K-대주시스템을 마련하면 일본처럼 무차입 공매도를 하지 않고도 대주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주재원 마련을 위해선 현재 연 2.5%로 묶여 있는 대주 이율을 연 4%까지 높이고 증권사 고유재산 및 연기금 등 신규 대주풀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여기에 신용융자 담보 활용 동의 시스템이 구축된 증권사를 여섯 곳에서 모든 증권사로 확대하면 대주재원이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개인들이 공매도를 위한 대주시장에 얼마나 참여할지 여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실시간 적발 시스템 구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없이 개인 공매도를 확대하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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