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의 방주' 들어간 한국 종자

입력 2020-12-02 17:42   수정 2020-12-03 01:45

지난 10월 27일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스피츠베르겐섬에 있는 거대한 ‘저장고’의 문이 열렸다. 세계 각국의 유전자원을 보존해 ‘종자의 방주’라고도 불리는 국제종자저장고가 올해 3차 유전자원 입고를 진행한 것이다. 이날 종자저장고에는 제비콩 등 한국의 토종 종자 1만 개를 비롯해 코트디부아르, 태국, 잠비아, 폴란드, 나이지리아, 케냐 등 7개국의 종자가 저장됐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지구에 대재앙이 닥쳤을 경우를 대비해 식량의 기본 재료인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국제기구인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이 2008년 설립한 곳이다. 저장고는 여러 재난과 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보낸 약 98만 종의 종자가 저장돼 있다. 만약 자연재해 등으로 한국에서 종자가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종자보관소에 보관 중인 종자를 한국으로 가져와 활용할 수 있다.

26만여 개의 식물 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전북 전주와 경기 수원에 있는 농촌진흥청 산하 유전센터 두 곳에 대부분의 종자를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확보한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해 본격적으로 보존처를 확대하고 있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는 2008년 6월 보리와 참깨 등 재래종 5185개 자원을 처음 보낸 뒤 같은 해 9월 콩 등 8000개 자원을 추가로 보냈다. 이번에 보낸 1만 개 자원을 합쳐 총 2만3185개 자원이 보존돼 있다. 경북 봉화에 있는 산림청에는 지난 8월 3만 개 자원을 기탁해 유전자원을 중복 보존하고 있다. 박교선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은 “유전자원을 국내외에 중복 보존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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