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은 1일(현지시간) 상장 회사의 다양성 증진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승인해 달라고 SEC에 요청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모든 상장회사는 이사 중 한 명을 여성으로, 또 다른 한 명을 소수인종이나 성소수자(LGBTQ)로 선임해야 한다. 외국 기업과 소규모 회사만 소수계층 몫 두 명을 모두 여성으로 채울 수 있는 예외가 허용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반드시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다양성 등급’이 떨어지게 된다. 이사진 구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나스닥에서 퇴출될 수 있다. 세계 증권거래소 가운데 이런 ‘다양성 규정’ 도입에 나서는 건 나스닥이 처음이다.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CEO)는 “소수자를 배려하는 포용적 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다양성 지수가 높을수록 기업 리스크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나스닥이 최근 6개월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전체의 75% 정도가 새 규정을 맞추지 못했다. 여성 임원을 둔 곳은 많았지만 성소수자나 소수인종 임원이 있는 곳은 적었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상장사 중 2500여 곳이 성소수자 등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나스닥의 월권이라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사법 감시’ 대표인 톰 피튼은 트위터에 “나스닥이 과시적 이념주의에 빠져 초법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처럼 소수자 배려 행위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초 기업 이사진에 최소 한 명의 소수자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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