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4년이 지났다. 당시 새로 뽑힌 대부분 CEO가 이번에도 유임됐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등이다. 한번 쓰면 믿고 맡기는 최 회장의 ‘믿음 경영’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계열사 사장의 진용에도 변화를 두지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하는 안정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각 회사가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고객과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룹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실무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라며 “SK하이닉스의 모기업이기도 한 SK텔레콤의 박 사장을 부회장으로 보냄으로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융합과 혁신을 이뤄내란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ICT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새로 맡았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임기를 끝내고 2선으로 물러난 박성욱 부회장은 기존처럼 ‘미래 먹거리’를 찾는 임무를 계속 담당한다.
SK E&S는 유정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격해 위상이 높아졌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유통과 자원개발, 발전소 운영 등의 사업을 한다. 최근에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소 운영사로 선정되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그룹 측은 유 부회장이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성장사업 확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E&S에는 최근 최 회장의 아들 인근 씨(25)가 입사했다. 업계에선 유 부회장이 ‘경영 멘토’로 인근씨의 경영 수업을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장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과 법무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윤진원 사장이 선임됐다. 윤 사장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으로, SK(주) 비서실장과 윤리경영부문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기존 수펙스추구협의회 안에 있었던 에너지·화학위원회는 조직을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했다. 에너지·화학위원회가 환경을 강조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환경사업위원회는 환경 관련 의제를 설정하고 실행 방안을 조만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위원장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선임됐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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