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연기 내뿜던 커피찌꺼기…천연 비료·연료로 '놀라운 변신'

입력 2020-12-03 17:28   수정 2020-12-11 18:41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 때마다 커피 찌꺼기, 일명 커피박(粕·waste) 14g이 발생한다. 커피 추출에 원두의 0.2%만 쓰이고 나머지 99.8%는 찌꺼기로 버려진다. 지난해 총 14만9038t의 커피 찌꺼기 쓰레기가 발생했다.

커피박은 중금속 등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고유의 향을 가진 귀중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재활용 시스템이 없어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긴다. 또 분류와 매립, 소각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공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현대제철과 스타벅스 등 민간 기업들이 커피박 재활용에 나서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커피 찌꺼기, 퇴비로 재탄생
스타벅스는 전국 1300여 개 매장에서 수거되는 커피 찌꺼기를 천연 비료로 사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 경기도와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 및 자원 재활용을 위한 상생 협약을 맺고 커피박을 재활용한 친환경 퇴비를 지역 농가에 제공했다. 흙과 커피 찌꺼기를 9 대 1 비율로 사용하면 병충해를 방지하고 유기질 함량이 높은 천연 비료가 된다. 2016년에는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커피 찌꺼기를 정식 수거하는 전문업체에 보내 재활용하는 과정도 구축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퇴비 공장에 커피 찌꺼기가 모이면 톱밥과 축분을 섞어 약 6개월 숙성 과정을 거쳐 친환경 커피 퇴비가 된다”며 “올해 평택, 이천, 보성, 하성, 제주 등에 18만 포대(약 6억9000만원)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퇴비로 재배한 농산물은 스타벅스 푸드 상품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스타벅스 인기 제품인 ‘라이스칩’ ‘비스코티’ ‘우리미 카스텔라’ 등이 커피 퇴비를 활용해 수확한 쌀로 만들었다.

현대제철도 최근 인천시 62개 커피 전문점의 커피박을 수거하고 이를 재자원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공공 수거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해 자원 재활용의 기초를 다지겠다는 목표다.
영국 등 바이오디젤 에너지원으로
커피박은 바이오 에너지로도 사용 가능하다. ㎏당 발열량이 5648.7㎉로 나무껍질(2827.9㎉)의 두 배에 달한다. 발전용 바이오 에너지 연료로 비중이 큰 목재 펠릿(1등급 기준 4300㎉)보다 발열량이 높다. 또 셀룰로스·리그닌 등 목질계 성분이 풍부하고 일산화탄소와 분진 배출량이 적어 환경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발생한 15만t의 커피박을 소각·매립하지 않고 바이오 에너지 원료로 재활용했다면 180억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냈을 것”이라며 “커피박을 단순 유기성 폐기물이 아니라 바이오 에너지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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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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