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의 연말이 바빠지게 됐다. 세계랭킹 수성과 CME포인트 끌어올리기 등 여러 곳에서 숙제거리가 터졌기 때문이다. 뒤늦은 ‘마수걸이 우승’이 ‘쾌도난마’의 해법으로 떠올랐다.
일단 4일부터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 올드아메리칸CG(파71·6475야드)에서 열리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을 시즌 첫승 무대로 삼아야 한다. 이 대회는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의 전초전이다. 선수들은 US오픈에 출전하기 전 마지막으로 샷감을 점검하거나 휴식을 위해 대회를 건너뛰기도 한다. 2주 전 펠리컨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을 달성하며 상금(113만3219달러)과 올해의 선수 부문(106점)에서 1위로 올라선 김세영(27)은 일찌감치 이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김세영은 “댈러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대회가 열리지만 불참하기로 했다”며 “US오픈은 물론 시즌 최종전인 CME 투어챔피언십 준비를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여유가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 머문 탓에 올 시즌 출전 대회가 1개뿐이다. 쌓아둔 포인트가 없으니 연말을 아슬아슬 넘기는 중이다. 고진영의 CME포인트 순위는 141위. 포인트 상위 70위까지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격인 CME 투어 챔피언십 출전권을 확보하려면 순위를 70계단 넘게 끌어올려야 한다. 왕중왕전 출전을 고진영이 조기에 결정지으려면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소속사 세마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고진영이 강렬한 우승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컨디션인데, 썩 좋지 않다. 고진영은 1년 만에 투어에 복귀해 치른 펠리컨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3오버파 공동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도 이번 대회가 다음 대회보다는 수월하게 성적을 낼 수 있는 편이라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훨씬 까다로운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절체절명의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하필 올해 US여자오픈에는 세계 최강인 한국 동료들은 물론 세계 여자골프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총출동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상 3연패에 성공한 최혜진(21),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메이저 2승을 거둔 하라 에리카(21) 등도 US여자오픈 출전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진영과 처지가 비슷한 박성현(27)과 이정은(24)도 VOA클래식에서 일단 좋은 성적을 내고 봐야 한다. 박성현과 이정은은 CME포인트 순위에서 각각 96위, 115위에 뒤처져 있다. 지난 10월 KPMG 여자 PGA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두 달 만에 투어에 복귀하는 박인비(32)는 김세영에게 넘겨준 상금과 올해의 선수 랭킹 1위 탈환에 나선다. 2011년 US여자오픈 우승자인 유소연(30) 역시 올 시즌 처음으로 투어에 복귀해 샷감을 가다듬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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