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당초 예정됐던 4일에서 오는 10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당초 예정일을 하루 앞둔 3일 징계위 연기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징계위 당일 윤 총장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추 장관은 이날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미 지난달 26일 기일 통지가 완료돼 ‘5일 규정’을 충족했다”며 “당사자 요청으로 기일을 연기(2일→4일)한 것이어서, 다시 닷새 이상 유예 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의 측근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이 징계위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위원들의 편향성 문제도 계속 제기됐다.
그러자 오후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법무부는 오후 4시10분께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인다”며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해 오는 10일로 심의 기일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감찰과 징계 청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 문제 때문에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 총장 손을 들어준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절차 문제를 안고 중징계를 강행할 경우 윤 총장이 징계 결과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진행할 소송전에서 또 윤 총장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재차 규정 위반 논란을 무릅쓰고 속전속결로 ‘징계’를 강행할 경우 발생할 역풍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SNS에 “‘검찰당’이라 불릴 만큼 이미 정치세력화된 검찰이 민주적 통제 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그렇기에 저의 소임을 접을 수가 없다.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썼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신의 사퇴설을 일축하고,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를 계획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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