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오는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만든 이른바 '재판부 분석 문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공개 요청했다.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3일 법원내부통신망 코트넷에 "검찰이 재판부를 사찰하고 사과 없이 당당하다"며 "이 문제를 법관회의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경근 부장판사는 "소추기관인 검찰이 이를 심판하는 기관인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다"며 "이것이 '사찰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인지에 관하여는, 법관들이 늘 말하듯이 '편견을 버리고 평균인의 사고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쉽게 답이 나올 만한 문제이므로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검찰에서는 '판사의 재판 스타일을 파악하여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자료를 만든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검찰의 책임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 한 마디 없이 당당하다"고 비판했다.
송 부장판사는 "만약 경찰청이 주요 검사들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다 외부에 드러날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 법관들의 문제"라며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제기해야지 누가 제기하냐. 참다못한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문제를 해결해주면 그때 가서 과실만 받아먹자(는 것이냐)"고 했다.
송 부장판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직무배제 사유가 정당한지,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담당재판부가 판단할 일이지, 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고 논의해서도 안 되는 문제임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도 "법관을 사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고, 이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니 전국 법관의 대표자들의 회의에서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검찰청이 오히려 대검 감찰부 조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는 "우선순위가 바뀌어도 너무 바뀐 거 아니냐"며 "왠지 지난 독재정권?권위주의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드는 것은 저의 지나친 망상일까요"라고 했다.
현직 판사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른바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 논의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에 이어 두 번째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6일 한 민주당 법사위원이 누군가와의 전화에서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김남국 의원은 "완전한 소설"이라고 해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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