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생애 주기별로 적극 권장되고 있는 완전식품으로서, 그 효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매체를 통해 ‘빈속에 우유를 마시면 위벽을 자극해 속쓰림이 생길 수 있고 이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등의 내용이 전해졌다.
그렇다면 빈속에 먹는 우유 한 잔은 정말 몸에 독이 될까.
우유가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살펴보면, 우유 속 카제인 단백질과 칼슘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여 위벽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유 속에 함유된 영양소 중에 위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
조애경 WE클리닉 원장은 “건강한 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 빈속에 우유를 마셔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빈속에 먹으면 영양소 흡수가 잘 되는데, 식사를 거르지 않고 우유 한 잔을 마실 경우 비만과 대사증후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며 “만일 빈속에 단백질 섭취로 위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이론이라면, 계란이나 두부도 먹으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국내 연구결과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해정 교수팀은 ‘우유 섭취가 소화기관(위·장)에 미치는 효능 평가 및 분석(2016)’이라는 연구를 통해 우유가 위 점막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우유 단백질 성분이 위 점액 양을 늘려 식이성 스트레스로부터 위장을 보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앞서 우유 속 카제인 단백질이 속쓰림을 유발한다는 주장과 상반된다.
연구팀이 제시한 빅 데이터 분석을 보면, 19세 이상 성인 중 우유와 유제품의 섭취 빈도가 높은 사람에게서 위염·위궤양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 그중에서도 잠재적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50세에서 70세 남성 가운데 우유와 요구르트를 섭취한 그룹의 경우, 섭취하지 않는 그룹과 비교해 위염·위궤양의 발병 위험률이 각각 46%, 4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평소 우유를 먹지 않은 사람이 우유를 마실 경우 속이 더부룩하거나 복통을 호소할 수 있다. 이는 우유 영양소가 원인이 아니라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유당불내증이란, 소장에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부족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경우 우유를 무조건 끊기보다는 우유를 소량으로 자주 마시거나, 다른 식품들과 함께 먹는 것을 권장한다.
김형미 동덕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간편한 아침식사를 할 때 우유를 기본으로 섭취하면 적은 양으로도 영양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유에 바나나와 떡, 무가당 시리얼, 고구마나 감자 등의 곡류 식품과 곁들여 먹으면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가 되어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우유는 114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한 완전식품으로, 성장기 이후에도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를 위해 우유를 꾸준히 마실 필요가 있다”며,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를 마시기 힘들다면, 따뜻하게 데워 소량씩 나눠 마시거나, 시리얼?빵 등과 함께 드시길 추천한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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