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4~5월,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국내외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 공장가동률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차량 공유시대로 넘어가면서 성장 모멘텀을 잃은 자동차업계에게 코로나19는 재앙과도 같았다.
하지만 6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대중교통에 대한 기피로 인해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단순 회복세를 넘어 작년 판매량을 웃도는 실적을 내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커니가 웨비나 형식으로 공동 개최한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DBF)에서 오용석 커니 파트너는 지난 3일 "코로나19가 'CASE(커넥티비티·자율주행·차량공유·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차 트렌드에 불을 지폈다"며 "기존에는 다른 영역으로 여겨지던 사업들도 모빌리티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오락·정보를 제공하는 장치)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를 추가하거나 내비게이션 경로를 업데이트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OTA(Over-the-Air·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주행성능 개선, 부품 상태 점검 등을 정비 센터 방문 없이도 해결할 수 있다. 이미 테슬라, 르노-닛산 등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한 방식이다.
이같은 기술은 완성차 제조사와 클라우드사의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사가 새로운 업데이트 사항을 차량 내 프로그래밍 설치 시스템(installer)에게 전달하고, 업데이트 기록이 다시 서버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오래 전에 출고된 차량이라도 언제든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최신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오 파트너는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이 된 시대에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좀 더 진일보한 기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도 제시했다. 오 파트너는 독일의 모 스타트업을 예로 들었다. 이 스타트업은 개인별 식사시간, 쇼핑시간, 통신기록 등 확률적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고객이 여정을 출발할 때 어떤 경로로 갈지, 어디에 주차할지 등을 결정해 보여준다. 이 스타트업은 이미 많은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오 파트너는 "자동차만 만들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서비스 개발부터 전력 생산, 충전 인프라 구축, 배터리 재활용 등 모빌리티 사업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가 보유한 기술이 다른 산업군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오 파트너는 "현재 완성차업체들은 다른 산업에 이용될 수 있는 신기술을 앞서서 개발하고 통합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예컨대 자율주행 차에 쓰이는 센서 퓨전은 제조업 공정의 자동화, 항공업 서비스 고도화, 보험 리스크 분석, 로봇 등에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산업 간 장벽 허물기'가 모빌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파트너는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더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동차 회사들의 목표가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