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싸이의 여섯 번째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세계 시장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2년이 마무리되기 전 그의 노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사상 처음으로 조회수 10억 회를 돌파하면서 그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 카운트다운 무대에 나와 100만 명 넘는 군중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이후 방탄소년단(BTS) 등장이 이어지면서 ‘K팝’은 세계 문화에 빠르고 넓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콘텐츠 분야는 생산에 참여하는 국가가 이보다 다양하다.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출현한 이후부터는 글로벌 시장이 어떤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할지 좌지우지한다. 자국 시장의 소비자가 아니라 세계 시청자와 관객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가 많아지는 이유다. 2015년 공개된 ‘왕좌의 게임 5’는 세계 170개국에서 동시 방영됐다. 디지털화에 따른 스트리밍 서비스의 활성화로 ‘왕좌의 게임’이 다양한 국가에서 소비되지만, 생산도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다국적이다. 프레드 P 혹버그 전 미국 수출입은행장은 그의 책 《무역의 힘》에서 ‘왕좌의 게임’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국적을 정리했다. 그는 ‘왕좌의 게임’이 시즌 8까지 이어지면서 두드러진 인물 60명 가운데 46명이 영국 출신, 5명이 아일랜드, 독일·네덜란드·미국 출신이 각각 2명, 덴마크·노르웨이·스페인 출신이 각각 1명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드라마의 주요 생산 요소인 촬영지 역시 크로아티아, 스페인, 북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모로코, 몰타로 다양했다. OST는 이란계 독일인 작곡가가 제작했다. ‘왕좌의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독일 엔지니어가 특수효과 기술을 팔고, 영국 배우가 멋진 눈빛을 팔며, 몰타 관광청이 햇볕 내리쬐는 낭떠러지를 촬영지로 파는 것은 모두 각국이 드라마 제작사가 있는 미국에 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이다.
오늘날 무역협정의 관심이 물리적 상품에 대한 관세와 할당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부분은 서비스무역이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미디어 생산과 결합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수석협상가였던 칼라 힐스는 “무역협정은 우리가 아직 만들지 않은 상품에 관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늘의 노력은 내일의 기술을 더 저렴하게, 궁극적으로는 더 성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서비스무역은 국내총생산(GDP)과 일자리, 지정학 및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문화 간 교류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과거 서구 국가들이 교육을 수출해 문화의 중심지가 됐듯, 경제적 이유를 넘어 디지털 시대 문화콘텐츠라는 서비스 상품을 무역이라는 수단을 통해 어떻게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전통적인 물리적 상품에서
디지털 콘텐츠로의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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