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이번 개각은 최근 전세대란 등 부동산 문제가 심화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청와대 측은 "김현미 장관은 경질 아니다"라며 변화된 환경 맞춘 정책 위한 교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등 정권을 흔드는 문제로 부각됐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정권 초기에는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고, 이는 다주택자 때문이며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건 일부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는 다주택자를 넘어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세입자들의 전세난까지 겹치자 정부는 "공급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러한 와중에 청와대는 장관을 교체했다. 공공주택의 공급을 책임졌던 수장자리를 오래 지켰던만큼, 변 장관 내정자가 어떤 주택공급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 장관 또한 지난 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앞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발언이 있었던 지난 30일에도 "보좌진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당시 직접 만나서 보고한 건 수 개월 전이지만 간접적으로라도 깊이 있게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발언이 나온지 일주일도 안돼 자리를 교체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달라졌음을 천명하게 됐다.
교수출신인 변창흠 장관 내정자는 이론과 실무를 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창흠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와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시도시개발공사 선임연구원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지냈다. 실무에 뛰어든 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부터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퇴임 뒤 도시재생특별위원회 민간위원,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장으로 활동했다.
최근 눈에 띄는 행보는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전세대책에서 11만4000가구 전세 물량을 공급키로 한 내용이다. LH가 79%를 담당하는 등 주된 역할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전세난을 단기간에 해결해줄 해법을 내놓은 소방수를 자처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22일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다. 뾰족한 단기대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까지만 하더라도 “전세시장을 안정화할 확실한 대책이 있으면 발표했을 것”이라며 “전세시장을 안정화할 아이디어를 부처 간에 고민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열흘여만에 LH가 전세대책에 대해 '총대'를 메게되면서 변창흠 당시 LH사장에도 관심이 쏠렸다. 전세대책 추진으로 LH의 부채가 8조2000억원에서 10조원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변창흠 내정자는 피하기 보다는 해법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서 부채증가를 지적하는 의원을 향해 "LH가 3기 신도시를 건설하더라도 계속 정부 출자가 이뤄져 부채율 자체는 줄어들고 있으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봐도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한국형 뉴딜 정책에도 변 내정자가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국토부는 그린 리모델링과 물류 비즈니스, 새로운 도시공간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 건축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자원의 소모를 최소화하는 등의 방향은 평소에도 주장했던 내용이다.
한편 청와대는 변 내정자 인사와 관련, "주택공급과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 뉴딜을 직접 담당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장의 높은 이해도,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변 내정자의 약력이다.
○ 국토교통부 장관 / 변창흠 (卞彰欽, Byeon Chang Heum), 1965년생
【 학 력 】
- 대구 능인고
- 서울대 경제학과
- 서울대 도시계획학 석사
- 서울대 행정학 박사
【 경 력 】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現)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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