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기 부양책이 연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자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날 전화로 부양책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올해 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재정 씀씀이를 늘릴 경우 미국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동시에 달러 가치도 약세 압력을 받는다. 지난 3일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장중 90.5까지 떨어지면서 2018년 4월24일(90.4) 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년 동안 달러 가치가 6%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되는 것은 원·달러 환율의 변수로 꼽힌다. 한국도 이날 신규 확진자가 629명 늘어나며 지난 3월 3일(600명) 후 처음 600명 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보급 기대가 재확산 우려감을 덮으면서 원화 가치는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내년 1분기 전세계에 코로나19 백신 1억∼1억2500만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영국 등이 지난 1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 백신 보급 기대로 한국 원화를 비롯한 위험자산 선호도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 실물경제에 온기가 퍼지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로 복귀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가 잇따라 선박을 수주하는 데다 반도체 업황이 밝을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내년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는 것 등을 고려해 환율 하단은 1040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환율 최저치인 2014년 7월3일(1008원50전)까지 갈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당시 한국 성장률이 3.3%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 속도에 따라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달러약세를 고려하면 900원 선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환율이 900원 선까지 떨어진 것은 금융위기 전인 지난 2008년 4월 28일(996원60전)이 마지막이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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