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하면서 후임에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측근을 내정했다. 사실상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선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발표된 개각으로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던 김현미 장관을 비롯해 4명이 교체됐다.
여권 내에선 부동산 민심이반을 감안해 김현미 장관 교체 의견이 꾸준히 나왔으나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재신임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발 부정적 인식이 심각해지자 결국 김현미 장관을 교체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현미 장관을 교체한 것과 관련해 "경질이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김 장관이) 성과를 많이 냈다.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라며 "다만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한 수요도 있는 상황이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좀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임 국토부장관에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내정됐다. 변 내정자는 세종대 교수 출신으로 시민단체를 거쳐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초를 닦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김 전 실장은 과거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을 쓴 바 있지만 정작 소유한 아파트가 2017년 1월 9억 원에서 지난해 19억 4000만 원으로 116% 상승해 논란이 됐었다.
김수현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연이어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인사다. 보수 야권은 문재인 정부가 김 전 실장을 임명하자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인사들 재기용 한다"며 비판했었다. 김수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악화시킨 채 물러났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또 김수현 전 실장 측근을 국토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변 내정자는 지난 10월 국회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주거복지에 특히 공공임대주택이나 저소득층, 비주택 거주자 같은 부분에 대해서 어떤 정부보다 많이 빨리 세심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국회에선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부동산 정책을 비교하며 "(문재인 정부가)제일 잘한다"며 성적으로는 "중상(中上)"이라고 했다. 이어 "상황이 다 달라서 (평가가) 어렵다"면서도 "앞의 두 정부는 비교적 (부동산 정책을 펴기에) 쉬운 시기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각에 대해 "문재인 정권 4년 가까이 엉망이 된 국정을 고칠 의지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그냥 국면 전환용"이라고 혹평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이 그토록 교체를 원했던 추미애 장관, 강경화 장관,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빠졌다. 김현미 장관의 교체도 너무 늦었다"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오기 개각'이다. 국정쇄신의 목소리를 못 알아듣는 '사오정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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