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지난해 종합검사 제도를 4년 만에 부활시켰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상반기 한화, 하반기 삼성을 각각 1, 2호 검사 대상으로 정했다. 당시 금감원은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종합검사를 되살렸다. 금융회사에 부담을 주는 ‘먼지털기식 검사’는 없다던 약속과 달리 무거운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제재 가운데 기관경고는 금감원장 결재로만 확정된다. 금감원의 금융사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보통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을 할 수 없다.
이날 제재심의 핵심 쟁점은 삼성생명이 암 환자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을 보험약관 준수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삼성생명은 암의 ‘직접 치료’와 연관이 없는 요양병원 장기 입원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보험금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양병원 입원으로 모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 내용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금감원은 말기암이나 전이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 삼성생명이 이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이 전산시스템 구축 기한을 지키지 않은 삼성SDS로부터 지연 배상금을 받지 않은 사실도 제재 사유에 추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금감원이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분쟁 사례 296건 중 62.8%(186건)만 수용했다. 경쟁사들이 90% 이상 받아들인 것과 비교된다. 삼성생명은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즉시연금’ 지급 문제를 놓고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등 금감원과 마찰이 잦았다. 이 회사가 종합검사 명단에 오르자 ‘보복성 검사’ 지적도 나왔지만, 금감원은 검사 대상에서 즉시연금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측은 “제재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경과를 주시하고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며 행정소송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감원은 지난 9월 제재심에서 한화생명에도 기관경고를 내리고 과징금·과태료 등 부과했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이 본사 건물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을 입주시키며 혜택을 준 점 등을 문제삼았다. 한화생명은 “오히려 회사에 이득이 되는 계약”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관경고로 한화생명도 1년간 신사업 진출이 묶이게 됐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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