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가 지난 6월부터 한 달에 한두 번 받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가입한 금융회사에서 주식형펀드 투자 금액이 법정 투자한도인 총 적립금의 70%를 넘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A씨로선 반가운 문자다.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에 나눠 투자했는데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크게 뛰었다는 뜻이라서다. IRP 계좌를 들여다보니, 주식형펀드는 연환산 수익률이 20%가 넘고 채권형펀드는 4% 정도였다.
가입자가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IRP는 주식 직접투자가 금지돼 있고 주식형펀드에도 70%라는 투자한도가 설정돼 있다. 노후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라는 취지다. 공격적 투자 성향의 A씨는 항상 주식형펀드 한도를 70%로 채운다. 작년엔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좋아서 이런 문자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증시가 올 3월 급락한 뒤 급등하면서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치솟아 투자 한도 초과 문자를 받게 됐다. 증시가 내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은 만큼 주식형펀드 비중을 줄일 생각은 아직 없다.
A씨 IRP 수익률의 일등공신은 주식형펀드인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다. A씨가 투자한 4년간 누적수익률이 102%에 달한다. 이 펀드 운용사인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방천 회장이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강 회장은 “좋은 주식을 골라 오래 함께하라”며 “주식을 산 뒤 수면제를 먹고 10년 후에 깨어나면 부자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 기다릴 수 있는 돈으로 투자해야 장기 투자가 가능하고 하나에 몰빵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원칙은 강 회장뿐 아니라 투자 전문가들이 늘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조언이지만 이 말을 실제로 따르는 개미(개인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다. “말이야 맞는 말이겠지만, 난 내 방식대로 투자하겠다”며 ‘마이웨이’를 고집한다.
올해 V자 반등장에서 수익을 본 경험 때문에 이런 고집이 더 강해졌다. 강 회장은 “올해 수익은 실력이 아니라 ‘용기’의 대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급락장에서 겁먹지 않고 뛰어든 덕분에 수익이 난 걸 자신의 투자 실력이 좋아서라고 오해하지 말라는 거다. 그런 용기도 실력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할 순 있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용기만으론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좋은 주식’을 가려낼 실력이 필요하다. 이런 실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면 실력을 더 키우면서 다른 사람의 실력을 활용해야 한다. 꾸준하게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가 많이 투자한 종목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의 경우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등과 세계적 명품 기업인 케링, 루이비통모에헤네시 등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다만 이런 종목을 아는 것만으론 아직 부족하다. 시장 상황에 따라 ‘좋은 주식’을 가려내 종목별 투자 비중을 계속해서 조절하고 새로운 종목도 발굴해야 한다. 그런 일의 전문가가 펀드매니저다.
내년 증시가 좋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올해 같은 급등장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용기를 앞세워 웬만한 종목에 투자해도 수익이 나는 그런 상황이 아닐 거란 의미다.
그래서 ‘좋은 주식’을 가려내는 실력의 차이가 더 중요해진다. 그런 실력이 부족한 ‘주린이’(주식+어린이·주식초보자)라면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직접투자 열풍에 밀려 펀드 투자가 찬밥이 된 분위기지만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에 투자 금액을 적절하게 분산시켜 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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