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검사징계위원회를 법무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꾸리게 한 현행 검사징계법은 위헌이라며 4일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하면서 징계위원들도 직접 지명하도록 한 법 자체에 위헌 소지가 있고, 헌법정신에 반하는 법률을 적용한 징계 절차 역시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윤 총장 측은 이 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만약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하면 오는 10일로 예정된 징계위는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윤 총장 측은 “검사징계법 제5조 제2항 2호, 3호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징계 심의 및 의결을 하는 검사징계위 위원 5명(검사 2명, 변호사 법학교수 등 외부위원 3명)을 지명할 수 있다. 징계위는 장관이 지명한 5명과 장관 본인, 법무부 차관까지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서 법무부 장관이 징계 청구를 하고, 징계위원 대부분도 지명·위촉해 징계위원의 과반수를 구성할 수 있다”며 “공정성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법 조항은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징계위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할 수 있는 위원 구성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 37조 2항의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소원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법률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국민 누구나 제기할 수 있다. 윤 총장 측은 헌법소원 본안 소송과 함께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징계 절차를 멈춰달라는 가처분도 냈다.
헌재는 가처분의 경우 인용 혹은 기각 결과가 언제 나올지 사전에 통보하지 않는다. 징계위가 예정된 10일까지 징계 절차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헌재가 10일 이전에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행정소송과 달리 헌재에서는 가처분 심문기일 등이 따로 있지 않다”며 “사안의 긴급성 등을 놓고 볼 때 우선 효력을 정지해 놓고 본안 판단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무부도 윤 총장을 다시 직무에 복귀시킨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논의를 위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한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은 SNS(텔레그램)로 윤 총장의 헌법소원 청구를 “윤 악수(惡手)”라고 표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차관은 이날 ‘논의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보좌관인 조두현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 ‘이종근2’로 저장된 인물과 대화를 나눴다. 조 보좌관이 윤 총장의 헌법소원 청구 기사를 전송하며 “이 초식은 뭐죠? 징계위원회에 영향이 있나요”라고 묻자, 이 차관은 “윤(윤석열 검찰총장)의 악수인 것 같은데, 대체로 이것은 실체에 자신이 없는 쪽이 선택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종근2’로 저장된 사람은 “네^^ 차관님”이라고 대답했다.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은 윤 총장을 보좌하는 자리에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부장은 대화방의 ‘이종근2’는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신임 차관에게 인사차 전화를 했는데 이 차관이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는 응답 메시지를 보내자 답변한 사실은 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도 “‘이종근2’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라고 했다. 박 담당관은 이 부장의 부인으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주도해 왔다.
남정민/안효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