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2일 2021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의견으로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은 고용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고용노동부는 임금근로자와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계정 분리 필요성을 검토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고하라’고 명시했다.
정부는 지난 7월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고 종사자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고 △보험료는 사업주와 특고 종사자가 공동 부담하며 △이직일 직전 24개월간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소득 감소로 인한 자발적 이직도 실업급여 수급 자격에 포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 계정을 기존 임금근로자가 낸 보험료가 쌓여있는 계정과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경영계는 보험료 회계 관리를 임금근로자와 분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근로자에 비해 이직이 잦을 수밖에 없는 특고 종사자의 보험료 수입과 실업급여 지출을 더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고 종사자 실업급여 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이 임금근로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내세웠다.
특고 고용보험 적용 확대로 인한 재정 부담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재정 추계’에서 시행 첫해인 2021년 재정수지는 1897억원, 2022년 2146억원까지 늘었다가 2023년 470억원, 2024년 162억원으로 줄고 2025년에는 176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7월 이전 기준으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9개 특고 직종만을 대상으로 추산한 결과다. 정부가 내년 특고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꼽고 있는 직종은 여기에 방문판매직, 화물차주 등 5개 직종이 추가된 14개 직종이다. 적자 전환 시점이 빨라지거나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임금 근로자와의 통합계정 운영 방침을 고수하자 여야가 한목소리로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정부는 사회보험 취지만 앞세워 통합계정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며 “무턱대고 적용 대상만 늘리다 보면 고용보험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요구를 받은 만큼 정부는 계정 분리 필요성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계정 분리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고 종사자 중에는 임금근로자와 특고 직종을 왔다갔다 하는 비율도 낮지 않아 회계 관리를 따로 하는 게 쉽지 않다”며 “또 이직 빈도도 임금 근로자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가 정부에 검토 시한을 못 박지 않은 것도 계정 분리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검토 결과를 보고받는 시점은 정부와 별도로 협의할 것”이라며 “제도 시행 초기부터 계정 분리가 어렵다면 2~3년간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수입·지출 내역을 별도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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