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사이에서도 신흥국에 대한 뚜렷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달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내년 자산군 중 신흥국 주식의 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펀드매니저들은 또 미국 소형주와 신흥국 주식 비중을 전월 대비 가장 많이 늘렸다고 답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들도 내년 신흥시장 강세를 전망하며 신흥국 주식과 통화 비중을 늘리라고 권했다.
신흥국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는 배경은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돼 시장의 변동성이 줄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경제 회복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변동성이 줄면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신흥국에 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또 경기 회복은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원을 많이 수출하는 신흥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한다. 달러 약세는 신흥국 주식시장의 상대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낙폭이 컸던 신흥국의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 4일 45,079.55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23.9%(전년 동기 대비)였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10%를 웃도는 고성장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면서 주식이 10년 만에 가장 매력적인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가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패시브형보다는 액티브형 가입을 추천했다. 다른 신흥국처럼 인도 증시도 금융주 비중이 높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은 성장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융주 비중이 높은 인덱스펀드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도 주식형 공모펀드 25개 중 레버리지 제외 최근 한 달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위주인 ‘삼성클래식인도중소형FOCUS’였다. 연초 대비로는 5%대, 6개월 수익률은 40%를 기록하고 있다. 성장 업종인 헬스케어나 정보기술(IT)주가 많이 담긴 펀드는 ‘피델리티인디아’ ‘삼성클래식인디아’ 등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올해 많이 오른 중국 기술주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플랫폼기업 반독점법 개정안으로 지난달 알리바바, 징둥닷컴, 바이두 등 대표 기술주의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의 CSI300이나 커촹반(STAR50) 종목들이 규제 영향권 밖에 있어 안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펀드 수익률은 최근 엇갈리고 있다. 연초 대비 성과로는 기술주 비중이 큰 ‘미래에셋차이나업종대표’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 등이 가장 높지만 최근엔 ‘KB중국본토A주’ ‘KB스타중국본토CSI300’ 등의 수익률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KB중국본토A주 펀드는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최근 한 달 수익률이 10%를 넘어선다. 이 펀드엔 창청자동차, 완화화학, 싼이중공업 등 본토 경기민감주가 많이 담겨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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